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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걸으면 기적이라던 유기견, 지금은 뛰어다녀요

유기동물의 사랑을 찰칵 '펫토그래피' <1> 조마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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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5071.

2020, 2021년 발생한 유기·유실된 동물의 숫자다. 인간이 버린 유기 동물은 매년 증가 추세다.


약 22만 마리.

지난 10년간(2013~2022년 4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228개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한 유기동물의 수다.


늙고 병들어 죽음이 편했을 노견뿐 아니라 건강하고 어린 동물조차 생명을 잃었다. 국제신문은 인간과 유기 동물에 공존을 위해 유기 동물 보호자의 속마음을 듣고, 유기 동물의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펫토그래피(Petography)’ 시리즈를 시작한다.


- 유기동물 기르는 견주 속내 듣고
- 가족이 된 댕댕이 증명사진 찰칵
- 최애 코커스패니얼 2마리와 동거
- 주유소와 박스에 버려져 인연

- 쓰레기통 방치 다친 강아지 구조
- 은인 알아보는 모습에 흠뻑 빠져
- 개소주 될 뻔 한 중형견 5마리
- 근수로 값 치르고 데려오기도
- 선진국처럼 브리더 시스템 절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레스토랑 ‘차경’을 운영하고 있는 조마리아(43) 대표다.
반려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마리아 대표. 사진= 오찬영PD
■잊을 수 없는 첫 사랑

조 대표는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첫 반려견을 회상하며 ‘첫사랑’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12월 24일 조 대표는 길거리의 쓰레기통에서 한 강아지를 발견했다. 한 쪽 어깨뼈가 으스러져 뼈가 살을 뚫고 나온 상태였다. 눈 한쪽과 혀마저 훼손돼 괴로워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학대의 정황을 확인한 조 대표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어요. 심하게 다친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겁이 덜컥 나기도 했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 급하게 응급조치와 수술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강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절뚝절뚝 그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묘한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사람에게 모질게 상처를 받았는데도 나에게 기어와 반갑다고 손을 핥아줄 때 너무 미안했어요.”

조 대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난 인연을 기념해 강아지에게 ‘이브’란 이름을 지었다. 자기를 구해준 은인을 알아보고 사랑을 주던 이브. 그렇게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유기견과 사랑에 빠졌다.

■코커 스패니얼 ‘보리’와 ‘탐’

레스토랑 ‘차경’ 조마리아(43) 대표가 키우고 있는 유기견 출신 코커 스패니얼 보리(좌)와 탐(우). 그래픽·사진= 오찬영PD
이브와의 인연을 계기로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특히 ‘코커 스패니얼’이란 견종에 호감을 갖게 됐다. 코커 스패니얼의 태생은 영국으로 키는 36~41cm, 무게는 9~16kg 자란다. 중형견의 한 종류로 귀가 크고 아래로 늘어져 있으며 윗입술 쪽이 길게 늘어지는 순하고 귀여운 외모다.

조 대표는 코커 스패니얼에 대해 설명하던 중 보양식 중 하나인 ‘개소주’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이는 개소주집 앞에 묶여있는 코커 스패니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새 인기가 시들해 코커 스패니얼을 많이 기르지 않을 뿐더러 중형견 덩치라 어릴 때는 귀여워서 기르다가 몸집이 커지면 부담스러워서 유기하거나 파는 견주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번식 농장 같은 곳에서도 기능이 다한 개는 1만~2만 원에 개소주집에 파는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조 대표는 이런 개를 발견할 때마다 개소주집 주인에게 근(600g) 수대로 값을 지불해 구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다섯 마리를 구조한 조 대표는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인 반려견을 ‘근’ 수로 계산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조 대표는 현재 유기견이었던 코커 스패니얼 ‘보리’와 ‘탐’과 함께 지내고 있다. 추정나이 15살인 보리는 2014년 달맞이길 인근 주유소에서 조 대표와 조우했다. 보리는 당시 정황상 유기된 후 길거리를 떠돌다 주유소에 정착한 것으로 추측된다. 주유소 소장의 보호 아래 약 6개월 간 주유소에서 머물던 보리는 해당 지점 사장의 요청에 의해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졌다. 보리가 항상 눈에 밟혔던 조 대표는 어느 날 주유소에 보리가 보이지 않자 즉시 보호소로 발길을 돌렸다. 보호소는 행정 문제로 열흘 뒤 입양이 가능하다 했고 조 대표는 열흘째 되는 날 오전 보호소의 문이 열리자마자 보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취재 때 만난 보리는 어쩐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보였다. “보리가 2020년에 갑자기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했어요. 그 후유증입니다.”

사실 수술 직후에는 불편해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뒷다리를 쓰지 못했다고 한다. 동물병원에서도 다시 뒷다리를 쓴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했다.

가족이 안락사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리와 조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보리는 특유의 쾌활한 성격과 승부욕으로 뒷다리를 끌면서도 조 대표가 던진 공을 향해 달려갔고 끝내 오른다리로 땅을 디뎠다. 지금은 정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복했다.

올해 6살인 ‘탐’은 편지 한 장, 사료 한 포대와 함께 조 대표가 운영 중인 식당 주차장에서 처음 만났다. 편지에는 회사 부도로 인해 개를 키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며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불쑥 나타난 새 식구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고 존재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 주고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탐의 원래 주인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길 기원하고 때가 돼 다시 찾으러 온다면 기꺼이 데리고 가도 괜찮다는 말을 덧붙였다.

■외국엔 ‘펫 샵’이 드물어

구조 당시 학대로 인해 부상이 심했던 조 대표의 첫 반려견 ‘이브’. 조마리아 대표 제공
조 대표에게 대한민국 유기견의 현실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신종 펫샵’을 걱정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신종 펫샵은 파양된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곳이다. 실제로 그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직원 한 명이 이곳에서 ‘이태리 하운드’ 종견을 입양하려고 했으나 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파양당한 동물을 입양하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파양·유기 동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조 대표의 견해다. 이어 그녀는 앞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조 대표는 과거 본인이 장애견을 키웠던 때보다 지금의 견주들이 점점 세련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입마개 케이지 목줄 등 반려동물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들을 필수로 지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면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까지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외국에는 펫샵이 없으며 개인이 가정에서 정성껏 길러 분양하는 ‘브리더(breeder)’가 주류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캐나다에서는 주에 따라 다르지만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보통 동물학대방지협회를 통해 반려동물을 얻는다. 독일은 2002년부터 동물에게도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자는 ‘동물권’을 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민간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 역시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정착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 한번 시작하면 잘하지 않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선진국 못지않게 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조 대표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무작정 타인의 이해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들 역시 에티켓을 꼭 지켜야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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