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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88> 산청 성철스님 순례길

성철스님 법문 배우며 생태숲 산책 … 현대인 마음의 병이 ‘싹 ~’

  • 김인수 기자
  •  |   입력 : 2020-03-01 19:43:2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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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곡생태숲~둔치주차장 6㎞
- 기둥 18개가 누각을 받친 겁외사
- 성철스님 생가·기념관 돌아보고
- 전시된 유품·글·사진 등 ‘숙연’

- 수자원 보호 위해 조성된 생태숲
- 14만2000㎡에 잔디광장 등 갖춰

- 경호강·엄혜산 빼어난 절경 자랑
- 전망대 오르면 구곡산 등이 ‘시원’

경남 산청군 성철스님 순례길은 20대 청년 시절의 스님이 수행을 위해 사찰을 향하며 걸어간 순례의 길을 묵곡생태숲 등과 함께 걸어볼 수 있게 조성한 탐방로다. 1912년 산청군 묵상마을에서 태어난 스님은 25세인 1936년 해인사에서 승려의 계를 받은 이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또 조계종 종정으로 한국불교와 세상의 변화를 이끌었던 개혁가였고 사상가였으며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한국사회의 등대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 길은 탐방객을 숲과 사색의 길로 초대한다. 이 길을 걷고 나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스님의 대표적인 법문이 알듯 말듯 다가온다.

또 스님의 사상을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스님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다.
   
성철 스님을 추모하고 뜻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성철스님 순례길. 오른쪽에 펼쳐진 경호강의 빼어난 경관이 시야를 압도한다. 김인수 기자
■성철스님을 추모하다

이 탐방로는 성철스님을 추모하고 뜻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지리산 겁외사에서 묵곡생태숲~묵곡교~법륜암~대나무 생태숲길~잠수교~원지마을 둔치주차장을 돌아 원점 회귀하는 6㎞ 구간이다. 반대로 원지마을 둔치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두고 탐방에 나서도 무방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지리산 겁외사로 향한다. 일주문 대신 기둥 18개가 누각을 받치는 사찰인 겁외사가 위용을 자랑한다. 겁외사 중심부로 걸어가면 성철스님 동상을 마주한다. 숙연한 마음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성철스님의 다비식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대웅전 뒤에 성철스님의 생가가 있다. 생가는 부친인 이상언 옹의 호를 따 율은 고거라 부른다. 해근문을 들어서면 성철스님 생가를 재현한 포영당과 율은 고거 등이 있다. 포영당에는 스님의 유품과 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수없이 손질하여 누더기를 보는 듯한 승복 두루마기나 이면지를 모아 만든 메모장은 스님의 검소한 생활을 느끼게 하고 속명인 ‘이영주’라는 이름으로 묶인 젊은 날의 도서목록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였던 한 인간의 뜨거운 젊은 시절을 상상하게 한다.

겁외사 건너편에는 성철 기념관이 있다. 좌판을 벌이고 가져온 농산물을 파는 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온몸으로 따뜻한 볕을 안다

   
지리산 겁외사.
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좌측에 묵곡생태숲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에 걸쳐 조성된 묵곡생태숲은 14만2000㎡ 규모를 자랑한다. 남강댐 상류 지역의 수자원 보호와 겨울철 거센 모래바람에 시달려야 했던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9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생태숲으로 거듭난 곳이다.

은행나무숲과 습지생태원, 잔디광장 등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쉬이 걸으며 바라볼 만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어 이 나무들의 모습과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푸른 소나무 한 그루를 가운데 두고 산이 물결치듯 한 모습을 형상화한 광장이 나온다. 중앙광장이다.

중앙광장에서 시작해서 중앙관찰로를 따라 걸었다. 넓은 공원은 겨우내 묵은 마음을 탁 틔워준다. 갈대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모양새가 기분 좋다. 흙길에 뿌려진 굵은 모래를 밟자 ‘아작아작’ 다정한 소리가 함께한다.

긴 의자에 앉았다. 햇살에 샤워하듯 온몸으로 따뜻한 볕을 안았다. 가져간 캔 커피 한 모금을 마시자 풍경은 곧 야외 카페로 변한다.

둑으로 걸음을 옮겼다. 덕천강과 경호강이 산청을 휘휘 감아 돌아 한 몸으로 남강으로 향해 흘러간다. 회색빛에 날개 끝부분에 노란빛이 도는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 사이를 여유롭게 거닌다. 까치 한 마리는 하늘을 수영하듯 두 날개를 활짝 펴서 날더니 비행기가 비행장에 착륙하듯 두 다리를 내려 잔디밭에 앉는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날렵한 몸짓을 즐기며 가다가 걸음을 멈춘 곳은 하트 모양의 습지생태원이다. 생태원을 반환점 삼아 다시 걸음을 돌렸다.

묵곡생태숲에서 묵곡교~양수장 간 1.5 ㎞ 구간은 주민이 농사용으로 사용하는 시멘트 포장길이라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온 왼쪽의 진주~대전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지리산 초입인 단성면 풍경은 청량감을 준다.

■빼어난 경관이 시야를 압도하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한 양수장을 지나면 나무덱으로 조성된 탐방로가 법륜암까지 1㎞ 정도 계속된다. 인쪽 경호강의 빼어난 경관이 시야를 압도한다. 청동오리 등 겨울 철새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탐방로 오른쪽에는 책을 포개 놓은 듯한 엄혜산 절벽 풍경이 아름답다. 탐방로 중간에 의자가 마련된 쉼터가 있어 탐방객이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법륜암은 대나무생태길과 전망대의 갈림길이다.

나무덱 전망대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아득하다. 그 아래로 산들이 정렬해 있다. 구곡산과 석대산, 웅석봉 둔철산 백마산이 보인다. 그 앞으로 푸른 남강이 넘실거리며 고산 준봉들의 힘찬 정기를 조율한다. 소설가 이태의 ‘남부군’에 나오는 달뜨기 능선이 옛 기억을 더듬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법륜암에서 잠수교 간 0.5 ㎞ 구간의 대나무 생태길을 걷는다.

하늘로 치솟은 대나무 사이로 걷다 보면 짙고 푸른 초록에 눈이 시원해진다.탐방객을 감싸는 상쾌한 공기가 코를 자극한다. 기분마저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3m 너비의 잠수교를 건너면 원지마을 둔치 주차장이다. 원지는 지리산 길목으로 산청읍과 진주의 중간지점에 있어 아파트가 크게 늘면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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