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명 연 690건 처리하다 ‘파김치’
- 야근해도 한계에 재판 연기 일쑤
- 민변 “충실한 심리 기대 어려워”

올해로 개원 3년째를 맞은 부산지법 서부지원에 사건 배당이 쏟아지지만 판사 충원율은 다른 법원보다 턱없이 낮아 서부산권 시민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판사 1인당 담당 사건 수가 지나치게 많은 탓에 신속한 재판 진행과 충실한 심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지법은 지난 9월 기준 서부지원의 판사 충원율이 76.2%에 그쳤다고 28일 밝혔다. 낮은 판사 충원율은 2017년 9월 서부지원 정식 개원 때부터 이어졌다. 2017년 73.3%였던 판사 충원율은 지난해 80.9%로 조금 올랐지만, 올해 다시 70%대로 주저앉았다.

7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부지원과 달리 부산지법 판사 충원율은 최근 3년간 90% 초·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동부산을 담당하는 동부지원 또한 80~90%대 판사 충원율을 보여 서부지원과 대조를 이룬다.

저조한 판사 충원율에도 서부지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은 느는 추세다. 서부지원은 업무를 시작한 2017년 3월부터 12월까지 1만504건을 접수했다. 지난해 사건은 1만466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1만1081건이 접수됐고, 연말이면 지난해 사건 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서부지원은 북·사상·강서·서·사하구 등 서부산 5개 구를 담당하며 시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서부지원 판사 한 명이 처리한 사건 수는 730.1건까지 치솟았다. 이는 같은 기간 부산지법의 368.9건보다 약 2배가량 많은 수치다. 동부지원 판사 한 명이 맡은 사건 610.5건과 비교해도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전·현직 서부지원 판사는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부지원 한 현직 판사는 “밤 10시 이후에도 일하는 판사가 많다. 야근해도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재판이 늦어져 형사사건 중 불구속 사건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부지원의 열악한 인력 상황은 부산지법뿐만 아니라 법원 인사를 총괄하는 대법원 행정처는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파악하고 있지만, 여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김문희 서부지원장은 “사건 처리가 늦어지자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이 잇따른다. 비록 판사 부족이 전국적 현상이지만, 서부지원 사정은 특히 열악하다. 내년 2월 정기 인사 때 판사가 증원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역 법조계는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한다. 이정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 사무국장은 “판사의 업무가 가중되면 충실하게 심리하기 어렵다. 형사재판에서는 불필요한 구금 기간이 늘어나고, 민사재판에서는 선고까지 시간이 길어져 문제가 생긴다”며 “이는 시민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법원이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