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것도 모자라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2부(황현찬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상해 혐의로 기소된 A(36)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5시10분께 혈중알콜농도 0.191% 상태로 울산에서 부산 해운대구까지 약 50㎞를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일단 귀가 조처를 하자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A 씨는 자신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뒤 비용을 요구하는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 A 씨는 대리운전 기사가 돌아간 뒤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 주차장까지 또다시 운전대를 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음주운전을 해 법질서를 매우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기관 보고에 따르면 A 씨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하지 않은 것이 이상해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대리운전 기사에게 거짓 탄원서를 쓰게 하는 등 상해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으려고 진술 조작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1심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