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노조법상 근로자 아니야”
- 노조 “학습지 교사 사례가 근거”
- 법원, 운영방식 상세 설명 요구
- 내달 27일 두 번째 변론기일
‘근로자’로서의 대리운전 기사 지위를 다투는 소송이 전국 최초로 부산에서 시작됐다.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국 대리운전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부장판사)는 2일 대리운전 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조합원 3명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사업자 측은 “피고(대리운전 기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피고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 대리인은 “조합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맞다”며 지난해 학습지 교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말 부산시는 대구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대리운전산업노조에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 이후 노조는 대리운전업체 3곳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업자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리운전 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단일 사업장에서 사업자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휘 및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조 측 대리인인 변영철 변호사는 “대리운전 기사는 원고 측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며 “부산시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고, 노조 설립을 인정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의 근로자 지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리운전 업무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보는 게 중요하다”며 “피고들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근무를 하는지, 어떤 지휘를 받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 측의 출퇴근이 사측에 의해 제한되는 부분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리운전자 기사들이 사측에 의해 출·퇴근과 관련해 제한을 받으면 근로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지난해부터 대법원이 근로자에 대한 판단을 넓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학습지 교사의 판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7일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지난달 9일 대리운전 업체 3곳이 대리운전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원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종결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노조 측은 “대리운전 기사는 온라인 망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는다”며 대리운전 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체 측은 “‘구체적인 지휘 감독’은 주관적 판단이 영역이다. 대리운전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