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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증시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졸속 심사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몸통과 외압을 묻는 말에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6·3지방선거 득표를 위해 증시 부양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단일종목 ETF출시를 승인한 것과 연기금 리밸런싱을 뭉갠 정황에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책 실패로 많은 개인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연기금도 상반기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증발했다. 무엇보다 우리 증시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고 이는 현재 하락장의 원인인 수급의 이탈을 불러왔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증시 참사’에 대해 책임있는 해명 대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해법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뿐이다.
지난 19일 열린 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4월 중순 금융위에서 (단일종목 ETF)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했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진행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됐던 날림 심사를 인정했다. 통상적인 ETF 승인 심사는 평균 62일이다. 그런데 문제의 단일종목 ETF는 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월 27일 전격 상장됐다. 승인 심사는 29일에 불과했다. 변칙 심사도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의 예비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심사에 착수하는 등 전례가 없는 변칙 절차가 진행됐다.
국민은 이번 ETF 사태의 전말을 묻고 있지만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모른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책임 회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ETF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결정했겠죠”라며 책임을 피해갔다. 생리대 가격까지 왈가왈부하는 대통령이 중차대한 정책 결정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이 금감원장도 ‘누가 했느냐’ 취지의 야당 의원 질문에 “특정인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증시는 후폭풍에 시달린다. 리밸런싱을 유예하고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린 연기금은 최근 하락장에서 180조 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보유 한도 초과로 증시 급락 때 안전판 역할도 못 한다. 정부는 통상 1년 뒤 공개하는 리밸런싱 관련 회의록을 예외 규정을 들어 ‘4년 봉인’이라는 꼼수를 부린다. 국민연금법에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기금위 의결로 최대 4년간 비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내년 1월 공개되어야 할 회의록은 2030년 1월에야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다. 수사권이 없는 국정조사로는 정쟁만 가속화할 뿐이다.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