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소방 관련 발언 사과 및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은 재정 빨대” 발언 논란이 연일 거세다. 추 지사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방공무원 예산을 언급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경기도 측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지난 16일 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나면서 “소방관 폄훼” 비난이 확산했다. 추 지사는 “사과를 바라시니 사과드린다”고 말해 다시 구설에 오르자 19일 국감장에서 재차 사과했다. 표현의 부적절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그가 제기한 소방 예산에 관한 구조적 문제는 지금 되짚어볼 만한 사안이다.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바뀌었는데도 재정은 여전히 지자체(광역) 부담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올해 정부 본예산 편성 기준 시·도의 소방 인건비는 총 6조5129억 원이며, 이 중 국비는 8.4%인 5496억 원에 그친다. 대부분의 소방 재정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형편인 것이다. 지방직이던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완전 전환됐다.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소방 예산이 크게 달라 장비·인력 면에서 지역별로 큰 격차가 발생하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관리, 대한민국 어디서든 균등한 소방·안전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취지였다.
6만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개편됐으나 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아 90%가 넘는 재정을 지자체가 떠안는 지금의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법상 화재 진압, 구조·구급 등 소방사무는 시·도 자치사무로 남겼고, 시장·도지사의 인사·예산권도 사실상 유지됐다. 지자체 반발이 거세자 중앙·지방정부 간 ‘어정쩡한 타협’으로 말뿐인 국가직 상황이 된 것이다. 지자체 소방 재정을 보조하는 정부 예산도 한계에 직면했다. 정부는 국가직 전환 당시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인 담배 개별소비세의 배분 비율을 20%에서 45%로 상향해 지원을 늘렸으나, 확대된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는 모자라 결국 지자체가 그 부담을 안았다. 더군다나 소방안전교부세 내년 예산은 올해 1조503억 원에서 7605억 원으로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내년 사상 최대 정부 예산안(820조 원)이 편성되는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 교부예산은 3000억 원 가까이 줄다니 슈퍼예산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허울뿐인 소방 국가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 소비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어 다른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 예산·인사권까지 완전한 국가직화를 이뤄 정부 책무를 강화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 다만 이 경우 ‘지방자치 역행’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기형적 구조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지자체는 재정 부담에 대한 불만 제기에 그칠 게 아니고, 정부·국회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책 모색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