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정상이 이번 주 동시에 대한민국의 천년고도 경주로 집결하면서 ‘외교 슈퍼위크’가 시작된다. 또 세기의 담판이 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부산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을 하루 앞둔 26일 경주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을 환영하는 국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방한한 미·중·일 정상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APEC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다양한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취임 후 최고난도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음 달 1일에는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회담은 30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교착에 빠진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이행방안을 포함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일괄 타결을 모색한다. 시진핑 주석과는 질적인 한중관계 복원을 모색하며 서해 구조물 설치와 공급망 문제, 대북문제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또 강경 보수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와는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국빈 방문 형태로 한국을 찾는다. 미국과 중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 위성락 안보실장은 “경주나 그 주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제 통상·안보 질서의 새로운 판을 짜는 중대 변곡점이 될 6년만의 미중 정상간 담판은 경주가 아닌 부산에서 진행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0일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을 부산에서 주최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나고, 시 주석은 이날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게 되는데 두 정상의 출입국 동선과 보안 등을 고려해 김해국제공항 내 의전공간인 나래마루에서 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래마루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해공항으로 입국하는 해외 정상을 맞이하기 위해 의전 용도로 조성된 공간이다. 또 공군 기지 안에 있어 보안이나 경호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양국 정상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대두 수입 중단, 미국의 100% 추가 관세 부과 등 무역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부산에서의 대좌를 통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순방 기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외교 슈퍼위크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