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자 배정 방식은 제재 어려워
- 6개월 밀려도 불성실공시 못해
- 이차전지 공장 마무리 등 차질

주식 거래정지 상태인 부산의 이차전지기업 금양이 유상증자 일정을 세 번째 미뤘다. 이에 따라 기업 정상화는 물론 시장의 신뢰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양이 제조한 이차전지 ‘4695 배터리’. 금양 제공

금양은 17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날 납일 예정이던 4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다음 달 17일로 한 달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양이 유상증자 일정을 미룬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금양은 지난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업체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에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405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2500억 원은 이차전지공장 준공에, 나머지 1550억 원은 21700·4695 이차전지 설비 등에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계획이 전해지자 거래정지 상태에 처한 금양의 주주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회사 정상화에 대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양은 유상증자 납입일인 지난달 2일 정정공시를 통해 납입일을 지난 3일로 한 달 연기했다. 지난 3일, 금양은 다시 정정공시를 내 납입일을 17일로 2주 미뤘다. 그리고 이날 금양이 납입일을 세 번째 연기하자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유상증자 납입일을 계속 연기해도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특정 투자자가 전체 주식을 사들이는 제3자배정 방식이라 금융감독원의 심사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유상증자는 납입일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 ‘공시 변경’으로 불성실 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코스닥 시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코스피 상장사인 금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거래소와 금감원 제재는 피할 수 있다지만, 이렇게 유상증자 납입일을 반복해 연기하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 상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한 상공계 관계자는 “이 돈만 조달되면 이차전지공장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고, 이 시설에서 이차전지 생산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처럼 유상증자 납일일 당일에 납입 시기를 계속 미루면 투자자는 물론 시장에서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와 2조4000억 원 규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및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원통형 배터리 장기 유통 계약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GCC Lap과 3360억 원 규모 ESS용 4695 원통형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한국 피라인모터스와 1575억 원 규모의 전기버스용 21700 대용량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등을 맺고 있는 상태로 전해진다. 현재 회사의 존속을 위해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으로, 금양은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정지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도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기 검토 의견 ‘의견 거절’을 받았다.

국제신문은 유상증자 납입일 연기에 대한 금양 측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