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이 간경화를 앓고 있는 남편의 간 이식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려는 과정에서 뜻밖에 간암이 발견돼 조기 수술로 새 삶을 얻게 되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속 설 명절 분위기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은 지난 19일 본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 A(여·60) 씨에게 간과 췌장관 부분 절제술로 간·췌장 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 11일 간경화와 4㎝ 크기의 단발성 간암을 앓고 있는 남편 B(64) 씨의 간 이식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이에 공여자 검사를 받던 중 간과 췌장에서 각각 5㎝, 2.5㎝ 종양이 발견돼 박 센터장으로부터 절제술을 받게 된 것이다. A 씨는 조직검사 결과, 췌장의 신경내분비 악성 종양이 간에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병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 B 씨는 지난 연말 부산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간경화와 간암이 발견되자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온종합병원에 입원했다. B 씨의 회복을 위해 그의 자녀들이 장기기증에 나섰으나, 과체중과 지방간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결국 혈액형 등이 일치하는 A 씨가 나서기로 했다.

A씨는 1년 전 고지혈증 약을 복용했을뿐 별다른 아픈 데가 없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고된 배관용접 일까지 척척 해낼 정도로 건강했다. 슬하에 남매를 둔 이들 부부는 평소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장기 공여자에 대한 온종합병원의 검사에서도 부부 간 돈독한 정이 확인된 셈이다. A 씨는 ‘나의 장래 소망은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 ‘반드시 잊고 싶은 것은 가족의 아픔’이라고 말할 만큼, 남편의 빠른 회복과 온가족의 행복을 간절히 바랐다.

그의 자발적인 장기기증 의사를 확인한 온종합병원은 수술 전 A 씨의 간 상태를 확인하던 중 간과 췌장에서 각각 종양을 발견했고, 그 즉시 간과 췌장의 종양을 동시에 절제하는데 성공했다. 박광민 센터장은 “부인의 간을 이식 받으려던 B 씨는 일단 수술을 보류하고, 당분간 방사선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감명을 받은 그의 40대 아들은 체중관리로 아버지를 위한 장기 기증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A씨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겁이 났지만 남편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간 기증을 결심했는데, 사전 검사에서 췌장과 간 질환으로 남편에 간 이식을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에 큰 병을 발견하고 무사히 치료를 받게 돼 정말 다행스럽다”면서도 “요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을 보면 마음에 걸리고,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서 남편에게 간을 줄 수 없나’ 싶어 남편 얼굴을 보기 민망스럽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B씨는 “나를 위해 스스럼없이 간 기증을 결정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비록 간 이식은 못했지만 아내라도 큰 병을 조기 치료하게 돼 정말 다행이고,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치료로 암 투병을 이겨내고 자녀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설날 가장 큰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간 전이 신경내분비 악성종양

온종합병원 박광민(왼쪽) 통합소화기센터장이 남편의 간 이식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려다 간암이 조기 발견돼 수술을 받은 환자 A 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온종합병원 박광민 센터장은 “이들 부부가 암과 싸워서 생존할 수 있도록 병원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