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작년 7월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10만 원 선불교통카드 지급 사업을 시작했으나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만 면허 반납자가 5280명에 달했지만 교통카드 예산은 400명분인 4000만 원만 마련했던 것이다. 올해도 지난 5개월간 4000명 가까이 면허를 반납했으나 관련 예산은 본예산과 추경을 합해 7억 원뿐이다. 예산을 더 따내지 못하면 대기자가 수천 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산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 운전면허 소지자는 21만 명에 육박한다. 부산 전체 면허 소지자의 10.6%이다. 작년 기준 부산의 고령화율이 16.5%로 특별시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부산시가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일 것이다. 제도를 시행할 때 수요 예측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 정교하게 추진되지 않아 오히려 욕을 먹고 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는 부산에서만 2017년 1489건에서 작년엔 1713건으로 15%나 늘어났다. 사망 사고도 전체 사고 대비 15.1%나 된다. 지난달 양산 통도사에서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에서 보듯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결과가 치명적일 확률이 높다. 면허 반납제도 시행 이후 관련 사고가 주춤한다는 보고가 없지 않으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부산시는 이 제도의 안착과 확산을 위해 2차 추경에서라도 서둘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면허 반납자는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예산 부담 사안도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신체 능력에 따라 운전 시간대나 운전 가능 지역에 제한을 두거나 면허 갱신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면허제도 정비를 고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