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벚꽃 필 무렵이면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를 최초로 발견하고 전 세계 식물학계에 등재한 에밀 타케 신부(1873~1952)다. 그는 일본에서 유명한 식물학자 위르뱅 포리 신부에게 왕벚나무를 건네주고 답례로 받은 온주밀감 14그루를 제주에 심어 감귤 산업의 밑바탕을 마련하기도 했다.
타케 신부는 그간 단편적으로 소개돼 왔다. 조선 땅을 밟은 뒤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55년간 다양한 방면에서 헌신한 신부의 삶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환경 운동가이자 생태 교육가 정홍규 신부는 직접 타케 신부의 발자취를 좇았다.
책에 따르면 1898년 24살 젊은 나이에 조선에 도착한 타케 신부는 부산 마산 제주 목포 등에서 선교 활동을 했다. 그중 제주에서 머물렀던 13년 동안 1만 점 이상의 식물 표본을 채집해 유럽 미국 일본의 식물학자에게 보냈다. 채집한 식물은 왕벚나무 외에도 구상나무, 갯취, 한라부추 등 종류가 많아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타케티’라 이름을 붙인 식물만 해도 125종이나 된다. 생애 후반 30년 동안은 대구에서 교육 활동에 힘썼고 1952년 선종했다.
저자는 단순히 타케 신부의 일생을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생태학적 인식을 강조한다. 인간은 모든 살아있는 것과 조화를 추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탐욕이나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종교인이 아닌 독자에게도 울림을 전한다.
책은 신부들이 쓴 일기나 편지를 바탕으로 천주교가 한국에 정착한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데, 각 지역의 생활상과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선교 역사를 전하며 천주교인에게 필요한 자기반성을 서술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천주교인과 민중이 충돌했던 ‘신축교안’(1901) 발생 배경을 두고 “향촌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호교적 선교”, “지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선교가 아니라 급속한 교세 확장에만 힘쓴 탓”이라 분석하며 아픈 역사를 숨기지 않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