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대기 질이 나빠지고 있다. 겨울임에도 공기 질이 나빠지는 것은 최근 따뜻한 날씨와 무관하지 않다. 황사까지 겹치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 19일 부산 전 지역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시민들은 마스크로 눈과 코를 가리고 나섰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무원은 마스크를 쓸 수 없어 힘든 하루를 보냈다.

	19일 부산 전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부산항의 하늘이 뿌옇다. 20일에도 부산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 1공구 건설공사 현장.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땅에 쌓인 모래를 퍼 올렸다. 그 사이로 노동자 3명은 삽을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작업으로 인한 분진과 미세먼지까지 더해 숨 쉬는 것도 버거웠지만 이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방한용 목도리를 코까지 올린 것이 전부였다. 한 노동자는 그조차도 하지 않은 채 온몸으로 미세먼지를 뒤집어썼다.

기봉렬(67) 씨는 “마스크를 쓰고 하면 좋겠지만 작업하다 보면 마스크에 땀이 맺혀 불편하다”며 “마스크를 써도 눈과 코가 따갑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사상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 주차 안내를 돕는 김현성(26)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다. 차들이 김 씨의 앞뒤로 끊임없이 지나다녀 매연과 미세먼지가 수없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김 씨를 비롯한 이곳 주차 안내원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김 씨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면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업무에 지장을 줄까 싶어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쓰지 못하기는 교통경찰관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수천 대의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 가운데서 차량 통제를 해야 함에도 마스크를 쓸 엄두도 내지 못한다. 수시로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는 탓도 있지만 시민이 좋지 않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상서 교통안전계 박태규 경위는 “교통 지도를 하다 보면 시민이 왜 버릇없이 마스크를 끼고 일하느냐며 따지거나 경찰서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며 “감기에 걸려 그렇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지만 시민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쓰지 않고 일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이날 0시부터 부산 강서구와 사상구 등 서부산권을 시작으로 중·동·남·수영구 등 부산 16개 구·군 전체에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평균 90㎍/㎥ 이상인 상태로 2시간 지속하면 발령된다. 에어코리아는 20일 부산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나쁨’으로 예보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