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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 본 전시 ‘불안의 좌표’] “거기 청년, 지금 불안하지 않으세요?”

작품 이야기는 쏙 뺀 전시 기행기

  • 국제신문
  • 이민재 기자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6 17: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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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청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자유·반항·일탈 등 여러 단어가 번뜩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이미 너무 구시대의 것이 된 이름들이다.

   
부산 금정구 금사동에 위치한 예술지구 p에서 열린 전시 ‘불안의 좌표’ 전시장 내부
자유롭게, 반항하며 일탈하기엔 청년들의 삶은 너무도 팍팍하다. 더 이상 연가가 어울리지 않게 된 광화문만큼이나, 청년들의 삶에서 낭만이라는 낱말은 이질적인 것이 돼버렸다. 20년을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기계’로 살아오다 학점, 토익, 스펙 등 ‘취업기계’로 살아가야 하니, 어쩌면 오늘날 청년들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불안’이라는 낱말은 필수불가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불안’이라는 낱말을 중심으로 대학생들과 신진·중견작가들이 한 데 모였다. 전시의 제목은 ‘불안의 좌표’. 여기서 ‘청년’과 ‘불안’을 등치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전시는 오늘날 사회 속 청년들의 위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그래피
‘청년들의 위치’를 설명했다는 ‘불안의 좌표’는 부산시 금정구 금사동에 위치한 ‘예술지구p‘에서 그 장을 열었다. 공장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야만 발을 디딜 수 있는 이 전시장의 입구를 들어서면, 정갈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긴장한 표정과 자세로 의자에 앉은 면접자의 모습이 관람객을 찍어 누른다.
오픈 전날 찾은 전시장은 시장통 보다 분주했다. 이런 가운데 작품들은 군데군데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급하지만 조심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전시장에는 여러 캔버스를 뚫고 나온 길들이 벽을 타고 얼키설키 엮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구멍난 천장의 철근 사이를 바삐 오가는 빛들, 캔버스만 바라보면 울렁증이 나 농사를 지었다는 예비 미대 졸업생의 흔적들,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불러낼 듯한 약봉지들로 둘러싸인 마법진, 맨눈으로는 볼 수 없던 부숴진 집들을 볼 수 있게 하는 마술 같은 망원경 등이 놓여있었다.

그렇게 작품을 설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제야 한숨 돌리는 작가와 기획자들을 비집고 들어가 한 명씩을 붙들고 ‘불안하냐’ 물었더니 한 작가는 “작가로서 살아오다 보니 예나 지금이나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다른 작가는 “늘 불안하다. 누구나 불안을 느끼고 있을텐데, 말해지지 않을 뿐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사람에게 ‘불안’을 물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불안하다”했다. ‘남들보다 늦을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불안하도록 강요받아서’, ‘도무지 그림을 그릴 수 없어서’ 등 불안의 배경은 다양했다. 이 가운데 이날 만난 사람 중 가장 어렸던 스무살 대학생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했다. 한 작가는 대학교 현대미학 강의에서 배웠을 법한 ‘라캉’까지 끄집어 내 불안을 설명하려는 기자에게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결국 청년들의 입에서 기껏해야 ‘졸업해서 취직할 수 있을지 걱정돼 불안하다’ 정도의 대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가 가장 어렸고, ‘라캉’ 없이는 불안을 설명하지도 못하는 이가 가장 어리석었다.

‘불안’이 어디에 있는지, 청년들은 왜 불안한지 알고 싶어 찾은 전시였지만 전시가 다 준비가 되기도 전 전시장을 찾은 탓인지 불안이 덜어지거나, 그것이 어디에서 오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을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스스로를 청년이라 믿건 그렇지 않건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지금 청년이 그리고 모두의 불안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한 이라면 금사동 공장들 사이에 위치한 예술지구p를 찾아가 정답을 찾아보라.

   
이번 전시는 지방대학교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경성대학교 글로컬학부의 문화 기획 프로젝트팀 ‘세모아(세상의 모든 아이디어)’가 기획하고, 예술지구p가 협력해 마련됐다.

이 전시를 위해 부산에서는 낯설 수 있는 신인작가들과 졸업을 앞둔 청년작가부터 중년작가가 두루 뭉쳤다. ‘불안’을 다루는 이 전시는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구헌주 △김수민 △김수정 △사이프로젝트(대구대학교팀) △임수현 △한소현 △황종현 △황지현 △허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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