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대치(大亂大治)'를 표방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입담이 거침없다. 특히 지난 1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당일 '양박(양아치 같은 친박)'이라는 거친 수사로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하더니 이번엔 '광어족·도다리족·잡어족 검사'라는 이색적인 검사 계급론을 선보였다.

홍 지사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1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선후배와 동료를 광어족·도다리족·잡어족으로 나눠 소개했다. 광어족은 다음 임지를 6개월 전, 도다리족은 1개월 전, 잡어족은 2~3일 전에 안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은 다섯 차례 인사 이동 내용을 늘 이튿날 조간신문을 통해 확인하는, '잡어족보다 못한 천민 검사'라 칭했다. 광어족이 임의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잡어족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당연히 연줄이나 배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그 시절 검사는 정의의 표상으로, 요즘 검사는 비리·배신의 표상으로 국민에게 알려져 있다'며 입신출세에만 급급한 검찰 조직의 수뇌부를 비판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두 아들에게 밖에 나가서 너희 아버지가 검사였다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로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로 끝나는 '검사선서'와 한 때 잘 나갔던 검사였던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등의 이름이 함께 뇌리를 스친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씨를 구속한 슬롯머신 사건으로 모래시계 검사라 불렸던 홍 지사를 바라보는 후배 검사들의 입맛이 개운찮았을 듯하다.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이라는 점은 검사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을 터. 게다가 홍 지사는 대법원의 최종심을 남겨놓고 있다.

홍 지사는 새해 첫날 페이스북에 '대란대치가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란대치는 청나라 옹정제의 정치철학으로 '크게 어지럽혀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국론이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대한민국은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위기요, 이를 극복할 대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수 진영의 대권 도전자로서 입지가 도드라지는 이유다.

'욕먹는 리더십'을 강조해온 홍 지사다. 검사 계급론처럼 변죽을 울릴 게 아니라 구체적인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는 게 순서가 아닐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