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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고령화 시대 '퇴직연금플랫폼' /유재훈

체계적 정비로 근대화…19세기 파리처럼 다가올 거래혼잡 대비, 통합전산망 구축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9-06 20:04:2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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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를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쭉 뻗어 있는 열두 개의 도로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도시 경관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를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작열하는 햇살의 모습과도 같아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현재와 같은 파리의 모습은 19세기 파리의 시장이었던 오스만(Georges-Eugene Haussmann)의 파리 대개조 프로젝트로부터 탄생하였다. 사실, 오스만이 파리 시장으로 임명될 당시 파리는 좁은 길들이 미로같이 얽혀 있어서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부르봉 왕조시기의 영광을 함께하였던 고도(古都) 파리가 물론 처음부터 이러한 모습은 아니었다. 교통 체증의 주요한 원인은 도시 노화였다.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데도 도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였고 이 때문에 점점 노화되었다.

이때 파리 시장에 임명된 사람이 바로 오스만이었다. 나폴레옹 3세(나폴레옹의 조카)는 오스만에게 도시구조를 개혁할 것을 명령했다. 오스만 시장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하고자 하였다.

그 당시 신도시 건설은 주로 군주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하여 도시 미관 위주에 그쳤다. 그러나 오스만 시장은 상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확충하였으며 녹지를 조성하였다. 단순히 도시 외관을 개선한 것이 아니었다. 도시의 근대화에 역점을 두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힐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가장 뛰어난 도시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젊은 세대와 국가재정의 부담은 늘어나고 이는 세대·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지며, 앞으로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발생하는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의 갈등과 국가재정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사적 연금제도가 서로 유기적으로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사적 연금 가입률과 비중을 보면 국민 전체의 은퇴생활을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연금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에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여러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시장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산화된 시스템 구축이 특히 중요하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는 미리부터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퇴직연금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전산화된 플랫폼을 구축하였던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3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은행·증권·보험사를 망라한 총 4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바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존의 퇴직연금시장에는 단일화된 업무처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의 전산망은 스파게티 가닥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스만 개조 프로젝트 이전 파리의 도로망이 미로처럼 얽혀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이 때문에 전산망은 만성적인 거래혼잡 문제가 잠복되어 있었다.

특히 날로 증가하는 퇴직연금 규모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단일의 플랫폼 없이는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복잡한 과거 파리의 도로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시의 쇠락으로 이어졌듯이 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구축한 퇴직연금 플랫폼(Pension Clear : 펜션클리어)은 망이 단일화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 영역의 사업자가 상대방과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 앞으로 퇴직연금시장이 양적으로 확대되더라도 병목현상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면 한국예탁결제원으로 전산망이 통합되면서 사업자들이 다자간 연계를 위해 중복적으로 부담해야만 했던 사회적 비용의 절감효과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오스만 시장이 파리의 상하수도와 도로를 정비하고 이를 통하여 도시의 근대화를 이루었듯이, 예탁결제원의 퇴직연금 플랫폼이 퇴직연금시장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이를 통하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꿈꿔본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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