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순정효황후의 당의 |
- 조선 말 카톨릭 박해 주도한 왕실 유물 70여점 한자리에 '…천주교와 황가의 만남'展
- 의왕 책봉 때 쓴 '원유관' 눈길
- 다음달 3일부터 두달간 계속
고종의 다섯째 아들로 대한제국의 황자(皇子)인 의왕(義王·1877~1955). 호는 만오(晩悟), 이름은 강(堈)이다. 1891년 의화군에 봉해졌고, 1897년 10월12일 고종이 대한제국의 수립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하자 1900년 의왕에 봉해졌다. 그의 비인 김덕수(마리아·1878~1964)는 1907년 의왕비로 봉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조선시대 말 가톨릭을 박해한 대표적 인물인 흥선대원군의 손자, 손자비, 아내(부대부인 민 씨·1818~1897)가 모두 가톨릭 신자였고 그외 황가의 후손들도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생을 마쳤다는 점이다.
흥선대원군(1820~1898)과 그 후손인 고종(1852~1919)황제의 아들 의왕과 의왕비, 순종(1874~1923)황제의 비인 순정효황후(1894~1966)가 사용한 궁중유물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곧 열린다.
| |  |
| 의왕의 원유관 |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부산 금정구 부곡동)이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황가(皇家)의 기품(氣品)-천주교와 황가의 만남'전을 다음 달 3일부터 두 달간 박물관 2층 민속실에서 선보인다. 이곳은 우리나라에 가톨릭이 들어와 뿌리내리기까지 박해받고 순교한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설립해 운영하는 한국의 대표적 가톨릭박물관이다. 다음 달 25일이 박물관 개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 천주교회사 관련 유물 대신 궁중유물로 30주년 특별전을 여는 이유가 뭘까. 배선영(노엘라) 관장 수녀는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와 종교의 자유를 얻기까지 수많은 박해와 어려움이 있었고, 박해의 중심에 조선 왕실이 있었다"면서 "조선왕조 왕가의 궁중유물로 전시를 꾸며 조선 왕실과 한국 가톨릭 간의 용서와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는 동시에 관람객들에게는 우리 황실의 품위를 느끼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박물관 이구섭 교육·홍보 담당은 "의왕비께서 천주교에 귀의해 1954년 8월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세례성사를 받고 지인을 통해 왕가의 유물들을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기증해 주셨다. 이번 특별전은 이 유물들을 중심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유물로는 의왕의 원유관(遠遊冠)을 꼽을 수 있다.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가 된 후, 의왕이 왕으로 책봉될 때(1900년) 입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관모다. 의왕이 입었던 단령포인 '흑룡포'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세자나 왕자의 일상복이다. 순정효황후 윤비가 입었던 당의(唐衣·궁중과 사대부 여인의 소례복)는 '수복(壽福)'의 문자가 금박으로 처리돼 있는 홑당의로 여름옷이다. 이외 대원군의 친묵 글씨 등 궁중유물 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개막식은 다음 달 3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관람객을 위한 체험학습 '나도 임금님-원유관 만들기' 행사가 있다. www.oryundaemuseum.com, (051)583-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