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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 앞에서 치유와 위로를 기원하는 병자들. |
가톨릭교회의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마치 하느님과 예수님은 제쳐두고 마리아만 믿는 종교로 오해를 받을 만큼 각별하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숭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간의 이성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하느님은 처녀인 마리아를 통해 사람이 되셨다. 예수님이 하느님으로서의 신성과 사람으로서의 인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통상 인간적인 남녀 관계를 배제하면서도 인간의 몸을 빌려 사람이 되어야 하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동정녀 잉태' 말고는 다른 방법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전적으로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맡긴 마리아의 믿음과 순명 행위는 전 인류 가운데 최고의 은총과 축복을 받기에 합당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아가 하느님을 낳은 어머니로서 평생 동정을 지키셨고, 자신이 수태되는 순간 원죄 없이 잉태되셨으며, 지상의 삶을 마감한 후 육체의 부패를 겪지 않고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고 고백한다.
11일은 1858년 프랑스 남서쪽 피레네 산맥 기슭의 시골 마을 루르드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당시 14세의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신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기념하는 날이다. 동시에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정한 제20회 '세계 병자의 날'이다.
교황은 육체의 고통으로 절망하는 자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있기를 기원하고, 나아가 루르드에서 발현하셨던 성모 마리아의 전구와 성령의 도움으로 병자들이 고통을 덜고, 자신의 고통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신비에 동참시켜 구원의 은총을 받게 하기 위해 제정했다.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18회 이어진 루르드에서의 성모 발현은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께서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전체 교회의 믿을 교리로 선포한 지 4년째 되는 때였다. 이 교의의 선포는 당대 많은 학인들의 불만과 타종교의 비난을 샀다. 그런데 이 교의를 성모님 스스로가 추인해 주셨다.
루르드의 성모는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자신의 발현을 소속 주교에게 알려 마사비엘 동굴에 성당을 지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주교는 소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여인의 이름을 알아오라고 하였다. 3월 25일(성모영보축일) 열두 번째 발현에서 성모 마리아는 소녀에게 "나는 하자 없는 잉태로다"라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베르나데트는 이 말의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주교는 이 이름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 후 루르드는 세계 속의 성지로 우뚝 서게 되었다. 루르드에는 대성전이 건립되어 이미 수천만의 순례객이 다녀갔고, 오늘도 성모께 대한 신심을 앙양하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마사비엘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기적의 성수(聖水)가 지금까지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자 중병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루르드 성지 순례 중에 기적적인 치유가 이루어진 것은 대략 6600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 교회 당국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치유는 66건이다(2004년). 불치의 경화증으로 걷지도 못해 절망에 빠져있던 장 피에르 벨리가 1987년 루르드의 마리아 성당에서 미사를 참례한 후 완치된 사실이 1999년 66번째 공식 기적으로 인정됐다.
우리는 교회가 이토록 기적을 인정하는 일에 인색한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오늘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루르드 발현 기념과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성모님의 전구로 주님께서 고통 받는 병자들에게 외적 치유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죄인인 우리들에게는 내적 치유의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