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연구소가 해마다 이맘때 내놓는 새해 ‘동남권 경제전망’은 지역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BNK금융그룹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일 가운데 하나다. 10년 이상 숙성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는 이런 보고서 작업을 해마다 하고 있다. 새해엔 동남권 경제가 2.1% 성장하리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주 공개했다.

‘리즈너블(reasonable)’하다는 평가를 받는 BNK금융연구소의 ‘2020년 동남권 경제전망’에서 ‘반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추산치이긴 하지만 2018년 마이너스 성장(-0.3%)을 저점으로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2012년 2.0%, 2013년 0.9%, 2014년 1.5%, 2016년 1.1%, 2017년 0.0%로 우하향하던 동남권 경제성장률은 2018년 바닥을 치면서 2019년 1.2%, 2020년 2.1%로 반등 흐름을 유지하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발표 지수’와 ‘체감 지수’ 사이엔 여전히 격차가 있는 듯하다.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업종별로 전문가와 종사자를 만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했으나 그동안 경제계가 워낙 어려움을 겪어왔던 터라 수치를 체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위기가 여전한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고서에 적시된 성장률 제고의 동력인 ‘제조업 개선 폭 확대’, 그중에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조선이나 자동차업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먼저 조선업계 이야기다. “수주 확대 등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고 복잡한 터널 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긴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배를 지을수록 적자가 나는 게 그 이유란다. 세계 경기가 안 좋으니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그 줄어든 물량을 확보하고자 전 세계 조선소가 경쟁을 하니 수주 경쟁은 수주 경쟁대로 치열하고 단가는 단가대로 낮아지는 악순환이다. 컴컴한 터널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암중모색이 조선업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업계도 상황이 복잡하다. 완성차 업체별 실적 차별화로 해당 업체와 관련 부품업체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라 많은 부품업체가 일감을 잃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 차의 부품이 2만3000여 개라면 전기차 부품은 1만5000여 개로 줄어드는 만큼 부품 30%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부품업계의 파이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도 연간 9700만 대를 정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판매량 감소, 새로운 패턴의 자동차로의 전환,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춘 자율주행 등 과도기를 맞아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새해에도 전통적인 자동차부품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다만 전기 전장 분야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업체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를 만들 때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면서도 2%대 성장을 내세운 이유는 우상향 흐름에 대한 간절한 바람, 또는 실제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려는 의지, 그리고 국내외 기관의 새해 한국경제 전망을 고려한 듯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새해 경제성장률은 세계 3.4%, 미국 1.7%, 유로 1.4%, 일본 0.5%, 중국 5.8%, 신흥국 4.6% 등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2.3%, 한국은행 2.3%, IMF 2.2%로 2%를 조금 웃돈다. 동남권 경제가 이런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경기가 바닥이 아니라 그 지하로 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다. 정부와 야당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9%가 될지, 2%가 될지를 두고 논쟁하는 가운데 동남권 성장률 추산치는 1.2%에 머물러 있다. 아랫목 윗목을 따지기엔 한가한 동토 수준이다. 기업 10개 중 6개 이상이 현재 경기를 장기형 불황이라고 여기며, 2개 중 1개가량이 새해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0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보다 동남권 경제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부산 경제는? 마침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이 오는 13일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2020부산경제 전망 세미나’를 연다. KDI가 한국경제 전체를,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가 부산경제를 진단하니 지역 경제를 가늠할 잣대가 될 듯하다. 오거돈 시장은 시장과 지표의 엄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가 돌아가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해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해를 기대한다. 경제는 흐름이라지 않나.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