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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고뇌하는 중국의 작가들 /강수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29 19:56:0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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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중국의 현대문학이 번역되어 홍수처럼 소개되고 있다. 일본소설 열풍에 이어 메이저 출판사의 상업적 판단에서 기획되었지만, 투자금액에 비해 독자의 반응은 뜨겁지 못했다. 하지만 26일 상하이에서 만난 '장한가(2009)'의 왕안이 푸단대학교 교수와, 2011년 부산을 방문한 작가 옌롄커는 한국 독자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21세기의 장아이링(영화 '색, 계'의 원작소설가)'으로 불리며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왕안이는 제5회 마오둔문학상을 비롯해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장한가'는 '동양의 파리'라 불리는 낭만과 매혹의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반세기 삶을 추적한 장편서사이다. 중국에서만 판매 부수 50만 부를 기록하고, 영화와 TV 드라마, 연극, 발레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도시라는 장소가 소설과 잘 결합한 작품으로,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겨울호에 작가와의 인터뷰가 소개될 예정이다.

"잊힌 역사, 그리고 죽었거나 살아있는 수많은 지식인에게 이 책을 바친다" ('사서(四書)')고 밝힌 옌롄커는 사회와 불화하며 억압받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적극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가다. 2004년 중국에서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 조치당하고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8)', 판금 조치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발행과 재판, 홍보가 전면 금지된 '딩씨 마을의 꿈(2010)' 등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작품들의 밑바탕이 된 실제 이야기를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상태로 되돌아가 소박한 언어로 완성한 자전 에세이 '나와 아버지(2011)'는 필자를 감동케 한 옌롄커의 또 다른 작품이다.

작년에 필자와도 만난 적이 있는 옌롄커는 지난 4월에 장편소설 '사서(四書)(2012)'를 출간하였는데, 이 작품은 문화대혁명 시기에 있었던 정부의 지식인 탄압을 다룬 체제 비판적 내용 때문에 2011년 탈고 이후 자국 내 모든 출판사로부터 출판을 거부당하고 자국 외 수십 개국에 판권이 수출된 비운의 작품이다. '사서'는 네 권의 책('죄인록'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을 액자 소설처럼 배치하여 각기 다른 등장인물과 각기 다른 글쓰기 장르를 넘나들며 서사를 진행하는데, 문화대혁명 시기에 부정되었던 지식인의 존재 가치가 어떠했는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묻고 있다.

옌롄커조차 '서랍 속 원고'가 될 것을 예감하면서도 결국 쓸 수밖에 없었던 이 소설의 무엇이 그를 금지된 작가로 만들었는가. "중국에는 인민을 해방한 진짜 혁명도 있었지만 문화대혁명처럼 미친 혁명도 있었다. 이런 잘못된 혁명에 대해서 문학은 질문하고 해체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문화'를 개조한다는 명목하에 국가가 자행한 다양한 형태의 비극과 그로 인해 밑바닥까지 훼손당한 인간성의 절규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을 썼다. 옌롄커의 문학 세계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린 채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사회비판적인 시선 속에 그대로 드러내되, 다채로운 상징과 비유로 그러한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서사를 펼쳐 보인다.

   
'문화'를 혁명한다는 이름으로 국가 차원에서 금지당하고 부정당했던 인민의 기억과 기록을 문학적 언어로 복원하고, 그들을 대신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중국작가들의 노력이 당대의 문제를 바라보는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여 이를 추천한다.

산지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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