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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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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는 용과 뱀의 중간쯤에 있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문헌상 가장 오랜 이무기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실린 이목(璃目) 설화로 서해 용왕의 아들인 이목이 운문사 옆 연못에서 지내다가 가뭄을 해갈하라는 보양 법사의 명을 받고는 비를 불러 일으킨다. 이 때문에 천제의 노여움을 사 법당 마루 밑에 숨어 떨다가 법사의 도력으로 화를 면했다는 내용이다. 이 이목이 바로 이무기인데 사람들을 돕고 마루 밑에 숨기도 하는 모습은 넌지시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이무기상은 승천 못한 한을 품고 있거나 난폭한 성질의 부정적인 모습이다. '용 못된 이무기 심술만 남았다'는 속담은 일이 뜻대로 안되자 난장판을 만드는 이를 빗댄 것이다. 꼭두각시놀음에서 이무기는 이시미, 꽝철이(깡철이), 영노 등으로 불리며 양반을 골탕먹이거나 잡아먹는 역할로 나온다. 이무기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던 듯 청나라 조정에서는 황제는 용포를 입고 대신들은 이무기를 그린 망포를 입었다.

이무기를 소재로 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 1일 개봉된 후 연일 관객몰이에 성공, 4일만에 200만 명을 넘어섰고 1주일내 300만 명 돌파라는 초유의 기록도 예상된다. 작품의 완성도나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한 마케팅 등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심형래 씨의 열정은 모두 인정하는 것 같다. 그는 1999년 '용가리' 실패 이후 안면마비 증세까지 보이며 '디 워'에 매달렸다고 한다. 심 씨야말로'제 스스로 날아오른 이무기'인 셈이다.
대선 때면 빠지지 않는 게 '이무기론'이다. 잠룡(潛龍)은 커녕 잡룡(雜龍)도 안되는 이무기들이 올해도 예외없이 득실거린다. 심형래의 이무기와는 달리 정치판의 이무기들이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열정도 자기 희생도 없이 그저 추악한 정치타산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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