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대로 안 될땐 위험부담도 커져
- AI시대에 창의성이 최고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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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3기 13주 차 강연에서 김상욱 교수가 ‘물리학자의 질문법’이라는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재 프리랜서 |
“의자에 앉는 가장 좋은 자세는 무엇일까요?”
지난 17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국제아카데미 23기 13주 차 강연자로 나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청중들을 향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이날 ‘물리학자의 질문법’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 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를 곧게 펴고 모니터를 위로 올려서 거북목이 되지 않게 앉아야 한다고 답한다”며 “정말 그럴까. 물리학에서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지 말고 거기에 깔린 전제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간은 언제부터 앉기 시작했는지’ ‘앉는 동물은 없는지’ ‘인간은 왜 앉는지’ 등에 대해 생각할 때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의자와 이집트 파라오의 의자를 보여주며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편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 앉는 자세는 불편할 수밖에 없고, 인체는 걷고 뛰고 움직이는 데 적합하도록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질문에는 ‘의자에 앉는 좋은 자세가 있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다”며 “의자에 앉는 좋은 자세는 없다. 앉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리학 역시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은 무엇인가’의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아이작 뉴턴, 갈릴레이 갈릴레오 등의 과학자들이 질문하고 기존 전제를 검증한 결과 오늘날의 물리학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럼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마지막 질문을 제시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절연체로 개발된 폴리에틸렌(플라스틱)이 현재의 환경문제를 일으킬 거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고, 대부분은 잘 모른다. 따라서 변하지 않는 것부터 찾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파고로 코딩 열풍이 불었을 당시 대학들의 컴퓨터공학과 인기가 치솟았는데, 현재 이런 프로그래밍은 AI가 전부 대체한 사례를 들었다. 변화하는 것에 치우치면 예측이 빗나가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AI가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 파고들고,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강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김 교수는 “기본이 최고다. 급변하는 시대에 오히려 변하지 않는 역사 철학 예술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수학 물리 등이 더 중요해진다”며 “챗GPT나 AI를 시키려면 이런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그는 “성공한 과학자는 끝까지 파고들어 검증하고 자기 판단이 맞다는 믿음이 생긴 사람이다. 결국 창의성은 노가다에서 나온다”고 답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과학 관련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유퀴즈 온더블록’ ‘알쓸신잡’ 등 다수의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날 강연은 시작 전부터 김 교수와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한 원우회원들로 열기를 띠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김 교수의 저서에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한 행렬이 이어지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