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피플] ‘소성리’ 박배일 감독

“사드가 빼앗아간 한 마을의 평화…일상의 소중함 이야기”

  •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   입력 : 2017-10-17 20:01:4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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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한 경북 성주군 주목
- 공포 떨고 있는 할머니들의 저항
- 6·25 맞닿은 현재 앵글에 담아

- 오늘 상영 후 관객과 퍼포먼스
- 사드 철회 촉구 연대활동 이어가
- 정부 北 도발 강경 대응 비판도

‘깨어난 침묵(생탁 노동자 파업기·2016)’ ‘밀양아리랑(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투쟁기·2014)’ 등 소외된 이들이 있는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온 부산의 박배일(36) 감독이 이번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이끌렸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소성리’에서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소성리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아 답을 찾는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 감독을 만났다.

사드 배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소성리’로 제22회 BIFF를 찾은 박배일 감독은 “전쟁의 공포와 일상의 소중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언제나 촬영현장에서는 그곳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두고 고민해요. 전작 ‘밀양전’과 ‘밀양아리랑’이 언론이 외면했던 경찰의 폭력 진압, 국가의 폭력적 현장을 다뤘다면 ‘소성리’는 내재된 전쟁의 공포를 현실로 몰고 온 사드, 일상의 평화가 주는 소중함, 한국전쟁과 맞닿은 현재를 담았습니다.”

영화 속 소성리 마을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밝히는 건 수만 개 별과 가로등 서너 개다. 집마다 켜켜이 쌓인 낡은 물건에서 지나간 세월이 느껴진다. 해가 뜨면 할머니들은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고추를 따고 깻잎을 뜯고 모종을 심는다. 마을회관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깻잎 십여 장을 노끈으로 묶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박 감독은 영화에 도시와 다른 삶의 리듬을 담아내려 했다. “그분들이 살아가는 호흡은 도시인과 많이 달라요. 느릿느릿하지만 몸은 쉴새 없이 움직이고, 풍족하지 않지만 자기가 먹을 것을 계속 만들고 이웃과 나누죠. 그런 그들의 삶과 시간, 역사를 겸손한 자세로 바라보려고 했어요.”

지난해 9월 국방부가 ‘사드 최적지’라던 성주 성산포대가 아닌 소성리 롯데골프장으로 사드 부지를 변경하자 ‘사드 반대’를 외치던 성주 시민의 목소리는 크게 줄었고, 삭발을 하고 혈서를 쓴 성주군수 역시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소성리 주민의 단합력은 깨지지 않았다.

“소성리 마을은 사람이 적고, 나이 든 분이 대다수지만 여성을 중심으로 농민운동이 성행했던 곳입니다. 사드가 폭력적이고 급하게 들어왔어도,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위협해도 주민들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는 건 저항하면서 조직적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박 감독이 속한 독립다큐멘터리 창작집단 ‘오지필름’은 ‘소성리’의 영상 후반 작업을 위해 소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영화 제작에 그치지 않고 현장과 연대활동을 지속한다. 지난 14일과 15일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피켓 시위를 BIFF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전당에서 벌였다. 18일에는 ‘소성리’상영(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후 가질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소성리 할머니들과 함께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박 감독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무기를 이야기하면서 평화를 말할 수는 없다. 한국전쟁을 겪은 소성리 주민은 사드도, 북핵도 반대한다. 평화란 느리더라도 설득하고 협력하고, 나를 내려놓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권력자의 한마디가 이 땅을 밟고 있는 소시민에게 거대한 공포로 다가온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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