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추천작 2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7-09-27 19:29:50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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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형 프로그래머 (월드시네마-중남미, 동유럽)

- 새 삶 찾는 여정 따스하게 그려낸 남미 영화

동유럽은 구소련 붕괴 이후 급격한 사회 변동을 겪었고, 불안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래서 중견이나 젊은 감독 대체로 사회나 근현대사에 대한 고민을 영화의 바탕에 깔고 있되,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폴란드 보도 콕스 감독의 ‘마법 상자를 가진 사나이’와 헝가리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주피터스 문’이 사회적 메시지를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남미 영화는 18, 19세기 식민 경험 역사를 스스로 다시 쓰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 여성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자마’가 그러하다. 스페인 고위 공무원이 식민지인 아르헨티나에 좌천된 내용을 다른 시선으로 그린다. 남미 영화는 올해 선정작 모두 따스하다. ‘나의 세계’ ‘바람이 머무는 자리’‘비올레타, 결국은’ 등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이겨내고 삶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히메나 몬테마요르 감독의 ‘바람이 머무는 자리’.
‘가브리엘과 산’을 함께 추천한다. 미국 명문대 입학을 앞둔 청년이 아프리카 오지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조난당해 죽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흔히 미개발지역 여행에서 낭만을 떠올리는데, 실제 현지인의 어려운 삶과 청년의 여유가 미묘하게 병치되는 장면에선 어떤 비판적 감정도 올라온다. 여행객에게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된다. 윤리적으로 맞는 것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다양한 방향에서 흥미를 느낄 것이다.


# 이수원 프로그래머 (월드시네마-유럽, 아프리카)

- 장 뤽 고다르-장 피에르레오 ‘케미’를 만나다

올해 유럽영화는 주제 면에서 난민과 노동력 이주 등과 같은 자국이 직면한 문제를 다양한 스타일로 다룬다.

대표적으로 핀란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희망의 건너편’이 있다.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사회를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미니멀한 연기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로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룬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후보 12편을 모두 추천하지만, 그중 벨기에 감독 올리비에 메스의 ‘쓴 꽃’은 특히 매력적이다. 중국 여성이 ‘유러피안 드림’을 좇아 파리에 오지만 결국 매춘으로 빠지는 최근 몇 년의 실상을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보여준다.

장-뤽 고다르의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
알리레자 하타미 감독의 ‘망각의 시’는 꼭 보시길 바란다. 감독은 이란 출신인데, 프랑스가 많이 투자했고, 배경은 칠레이다. 시신안치소가 배경으로 그곳 관리인이 주인공이다. 망각에 대한 저항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는데 뛰어난 미장센을 자랑한다.

영화사에 남을 프랑스 배우 장-피에르 레오가 올해 BIFF의 핸드프린팅 주인공인데, 그가 출연한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가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한다. 거장 감독 장-뤽 고다르가 1985년 만든 영화로 이번에 복원됐고, 올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였다.


# 박도신 프로그래머(월드시네마-영미)

- 모처럼의 ‘19금’ 오픈시네마 놓치면 후회

장애인과 성 소수자를 다룬 영화가 여러 편 초청됐는데, 연출과 연기 모두 빼어나다. 호주 스티비 크루즈-마틴 감독의 ‘심장소리’는 남성 장애인이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실제 지체장애인이자 신인 배우 다니엘 몽크스의 연기가 훌륭하다. 진지하고 실험적이지만 재미있는 독립영화로, 올해 BIFF에 감독과 배우가 부산에 오는 만큼 관객이 눈여겨보아 줬으면 좋겠다.

캐나다에서 온 캐슬린 헵번 감독의 ‘고독’과 제이슨 산체스 감독의 ‘동반자’ 두 편 모두 장애와 성 정체성 혼란에 따른 갈등이 담겨 있다.

미국 독립영화 거장 조나단 데이턴 감독의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도 관객이 재밌게 볼 수 있다. ‘라라랜드’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할리우드 여배우 엠마 스톤과 코미디언 출신 연기파 배우 스티브 카렐이 함께 나와 두 사람의 연기 대결도 볼 만하다. 1973년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빌리 진 킹과 전 남자 테니스 챔피언 바비 릭스가 대결을 펼친 실화가 바탕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마더’.
모처럼 ‘오픈시네마’에 들어간 ‘19금’ 영화도 뺄 수 없다. 제니퍼 로렌스의 올해 BIFF 참가로 화제가 된 ‘마더’와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두 편이다.

3000석 객석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도 좋은 작품을 많은 관객에게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과감한 편성을 시도했다. ‘마더’ 상영 땐 이례적으로 레드카펫 행사도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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