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추천작 1

몇 편만 골라달라니…정말 잔인하시네요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7-09-27 19:30:04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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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차니스트를 위한 알짜 리스트

이 작품은 꼭 보셔야 해요! 앗, 이것도 빼 먹으면 안 되는데 어떡하나…. 아이고 그냥 다 보세요, 고를 수가 없어요(웃음).”
부산국제영화제(BIFF) 프로그래머들에게 추천작을 요청하면 입 맞춘 듯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지난 한 해 세계 영화제에 참석하며 보고 또 본 엄청난 분량의 영화 가운데 가려낸 자식 같은 작품이라 10편가량 골라내기가 쉽지가 않다. 올해 프로그래머들은 예년보다 몸도 마음도 고된 준비 기간을 보냈다. 제1회 BIFF부터 행사를 지켜오며 프로그래밍의 축이었던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갑작스럽게 떠나 보냈고, 홍효숙 프로그래머도 BIFF를 떠났다.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큰 공백을 메우느라 분주했지만, 이들은 그간 다져온 네트워크와 공신력으로 여전히 풍성한 영화 상차림을 준비하며 BIFF의 22년 저력을 보여주었다.


# 김영우 프로그래머(아시아)

- 일본영화 수작 홍수 … 기타노 다케시는 ‘무조건’

올해는 중국과 일본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대만과 홍콩의 거장이 대륙으로 옮겨가자 젊은 감독들이 무섭게 그 공백을 메워가고 있고, 일본은 중견 감독 한 명이 1년에 영화를 두 편씩 만드는 등 눈부신 활황기를 보내고 있다. 일본 영화는 줄여보려 해도 줄일 수가 없었는데, 그 덕분에 일본영화 팬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홍콩 누아르의 전설 오우삼(존 우) 감독이 신작 ‘맨헌트’로 부산에 처음 몸소 온다. 거친 남자의 세계, 범죄와 쌍권총, 날아오르는 비둘기. 남자의 의리와 연대를 반복해서 담아왔던 오우삼 감독만의 영화 세계가 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대만 후앙신야오 감독의 ‘대불+’는 올해 대만영화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단편이 장편으로 바뀌며 ‘+’가 붙었다. BIFF와 인연이 깊은 홍콩 왕빙 감독의 신작 ‘미세스 팡’도 추천한다. 올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니노미야 류타로 감독의 ‘그 남자, 류타로’.
일본 영화는 추천작이 너무 많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아웃레이지 파이널’은 무조건 추천! ‘아웃레이지’ 3부작의 최종편이다.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의 ‘이름 없는 새’는 국내에도 유명한 배우 아오이 유우가 나온다. 이전의 소녀 같은 이미지와 달리 현실적인 느낌으로 성큼 다가온다. 니노미야 류타로 감독의 ‘그 남자, 류타로’는 최근 일본 독립 영화 중 제일 좋다. 천재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정말 재미있다.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인 안시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췌장 신드롬’을 일으킨 츠키카와 쇼 감독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지난해 BIFF ‘너의 이름은.’ 열풍을 이을 것이다.


# 남동철 프로그래머(한국)

-‘묵직한 울림’ 뉴커런츠 출품 3편 모두 좋은 작품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의 장편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에 한국영화 세 편이 포함됐는데, 모두 추천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진지하면서도 묵직하고 울림을 주는 영화다. 모두 감독 데뷔작인데, 개성이 다르고 연출적 성숙함이 돋보인다.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에는 배우 김여진과 최무성이, 고현석 감독의 ‘물속에서 숨 쉬는 법’에는 ‘연애담’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이상희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에는 배우 전여빈이 출연한다. 개성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이다.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의 비전 부문 김중현 감독의 ‘이월’은 BIFF 후반작업 지원 펀드를 받은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는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출연해 요즘 청년 세대의 고민을 잘 그렸다. 정희재 정가영 전고운 등 여성 감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한국영화 회고전-신성일’에서 이만희 감독의 ‘휴일’을 추천한다. 1968년 영화인데 개봉을 못 하다가 이후 필름이 발견돼 몇 차례 상영했다. 애인의 중절수술비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남성을 신성일이 연기한다. 서울의 황량하고 삭막한 풍경 속에 갈 곳을 잃어버린 남자의 모습이 이어지는데, 시대적 분위기를 굉장히 잘 그렸고 남녀의 정서로 끌고 가는 힘이 있는 놀라운 영화다. 1960년대에도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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