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어떻게 들여올까. 전세계(월드프리미어)나 자기 나라 밖(인터내셔널프리미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 많아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먼저 프리미어부터 이야기하자. BIFF의 위상이 오르면서 프리미어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제는 무조건 받는 것이 아니라 고르는 단계다. 하지만 그동안 프리미어를 놓고 종종 신경전이 펼쳐졌다. 특히 BIFF와 일정이 겹치는 토론토영화제(캐나다), 시체스영화제(스페인)와 개봉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이럴 때는 양 쪽 영화제에서 같은 날 상영하기로 합의해 넘긴 적도 몇 차례 있었다.

이제는 영화 프린트를 들여오는 일을 보자. 영상물은 통관심사가 필수지만 부산시의 협조로 통관 및 관세가 면제된다. 수입된 프린트는 90일 이내에 반드시 재반출해야 한다. 수 백 편의 외국 영화를 들여와서 다시 내보내는 과정은 복잡 다단하다. 워낙 프린트가 많다보니 가끔 외국으로 다시 보냈는데도 세관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빠져 세금이 부과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다. 매년 영화제가 추석 연휴와 맞물리면서 통관이 늦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집행위원장이 협조 요청을 해서 해결했고 천재지변인 태풍 때문에 지연될 때는 망연자실하게 기다리는 방법 뿐이었다.

프린트가 들어왔다고 끝이 아니다. 필름의 경우 통상 장편영화는 5통이 와야 한다. 그런데 보낸 쪽의 실수로 4통만 온 경우도 있고 심지어 5통이 모두 도착해도 그 중 다른 영화랑 섞여서 잘못 온 일도 있었다. 요즘은 디지털로 영화가 많이 제작돼 외장 하드에 담겨져 오는 경우도 많지만 언제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알려지지 않은 고민. 영화제작사가 영화제라도 영화를 틀 때 상영료를 요구한다. 실제로 국내외 다른 영화제에서는 상영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BIFF는 1회 때부터 상영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뒤 고수하고 있다. BIFF의 위상이 높아서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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