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등 순환구조로 리더 양성
- 꾸준한 경쟁·능력주의 바탕 돼야

능력은 있지만 인기가 없는 리더, 능력은 없고 인기만 있는 리더. 둘 중 누가 좋은 리더일까. 지난 8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9기 9주 차 강연에서 서강대 이욱연(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리더의 조건’을 주제로 한국이 직면한 리더십 문제를 중국 공산당과 IT 기업 화웨이의 사례로 풀어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가 리더의 조건을 설명하고 있다. 류민수 프리랜서

이 교수는 한국이 직면한 큰 문제를 리더십의 부재로 진단했다. 과거 중국·조선과 현재 한국의 리더 선출 방식을 비교하며 ‘낙하산’ 리더를 선발하는 세태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중국과 조선에선 과거제도를 통한 ‘권력’ 과 사업을 통한 ‘돈’ 두 가지 방식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리더를 선발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인이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실무와 현장을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급하게 선출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일화를 인용하며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적 의미에서 ‘이용’은 경제 성장이고 ‘후생’은 사회 복지와 같은 맥락이다. 박지원이 멸시하던 청나라에서 민생을 돌볼 실마리를 얻었듯, 이념론에서 벗어나 중국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중국을 알아야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박지원처럼 명분론과 이념론에서 벗어나 배울 점을 찾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배워야 할 점에 대해 이 교수는 ‘5G 선도기술’과 ‘리더 양성 방법’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화웨이와 공산당의 공통점으로 본 ‘리더 양성 방법’에 집중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경쟁과 능력주의 ▷학습 ▷순환이다. 공산당과 화웨이는 꾸준한 경쟁을 통해 철저한 능력주의로 리더를 양성한다는 것.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예비 간부를 선발할 때도 5년 주기로 교체하고 일정 비율을 탈락시킨다. 화웨이도 학력 구분 없이 기회가 균등하고 성과에 따른 차등배분을 한다”고 설명했다.

리더 양성 교육에 집중하는 모습도 유사하다. 화웨이는 사내에 대학을 만들고 매년 매출의 10%를 반드시 연구개발비로 사용하면서 인재를 교육시킨다. 공산당도 마찬가지로 ‘당교’를 개교해 예비간부부터 최고층까지 모두를 교육한다.

특히 이 교수는 공산당과 화웨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순환’하며 리더를 양성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시진핑도 서쪽 변방부터 관리를 지내왔다. 시진핑이 맡은 지방정부만 16곳, 통치 지역 인구만 1억 5000 만 명이다”면서 “공산당은 리더를 양성하면서 필수적으로 순환하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게 만든다. 고속 승진이나 낙하산 인사가 완전히 불가능한 구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뿌리부터 순환하며 리더를 양성해내는 두 사례의 공통점을 곱씹으며 자공과 공자의 대화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능력이 있다면 인기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기만 있다고 능력이 증명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이 과거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리더를 양성할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