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선거와는 달리 교육계 수장인 교육감은 한해 5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움직이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시장 선거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국제신문은 한창 선거 운동 중인 부산시교육감 후보 4명을 직접 만나거나 서면 인터뷰 해 공보물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그들의 생각과 의지, 계획을 들어봤다.


■ 김석준 후보

- “부산교육, 수도권 추월할 골든타임”
- 학교에 3D 프린터 등 구비
- 현장의 목소리 행정에 반영

재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후보는 “4년간 더 기회가 주어지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서순룡 기자

“다시 선거를 준비하며 4년 전 공보물을 보니 부끄러웠습니다. 문제제기를 한다곤 했지만 부산교육 전반을 잘 모르고 했던 것 같아서요. 지금은 아는 만큼 공약 하나 내놓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재선된다면 다 실제로 이행해야 하는 부분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4년 만에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엔 도전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방어하는 입장이 된 것. 이에 대해 그는 “현직 프리미엄이 있으니 인지도가 높아 호응도 있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육감인 김 후보를 검증하려면 그의 지난 4년의 행적을 짚어보면 된다. 김 후보는 첫 교육감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와 권익위의 청렴도 평가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청렴도 1위는 지난 선거에서 내세웠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청렴도나 교육청 평가에서 1위를 하기 위해 직원들을 강요하거나 윽박지르진 않았으나 워낙 바닥에 있던 상황이라 모두가 분발한 것 같습니다. 특히 청렴도를 확보하지 않으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보고 주력했는데, 1등을 해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김 후보는 앞으로의 4년이 부산 교육의 골든타임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누가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부산이 수도권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4개의 공약 테마 중 ‘미래를 준비하는 부산’을 최우선으로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김 후보는 재선되면 학교별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 등을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원청별로 제2의 놀이마루 역할을 할 미래교육센터를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체험하고 글로벌 시대에 대비할 외국어 교육도 지원할 구상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재선하면 지금까지 온건했던 모습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변화는 휘두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재선이 되어도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합리적이고 점진적으로 일을 추진할 겁니다. 교육부가 유·초·중등 관련 권한을 교육청으로 넘겨주기로 하면서 현재 조직개편 용역 중인데, 재선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무리가 있던 부분을 개선해 새롭게 조직개편을 할 생각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재선이 되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유세를 다녀보니 지난 4년 동안 노력한다고 했지만 만나지 못한 사람과 듣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4년 더 기회가 주어지면 현장을 중심에 두고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 김성진 후보

- “서부산에 청소년컨벤션센터 건립”
-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
- 대한민국 역사 바로잡기 공약

보수단일후보로 나선 김성진 후보는 “야학교사부터 고교 교사, 대학 교수 등 다양한 교육 경력을 가진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후보를 표현하는 두가지 키워드는 ‘보수’와 ‘자수성가’다. 그 중 ‘자수성가’는 그의 성장배경을 잘 설명한다. 고아원에서 자라 붕어빵을 팔아가며 학업을 이어간 김 후보는 공고를 나와 인문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수가 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한문학과 교수지만 미생물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100만 평 문화공원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보수’ 성향도 뚜렷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탄핵을 당할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론회에서 밝힐 정도다. 임혜경 전 교육감 등과 수개월에 걸친 단일화 과정을 거쳐온 것도 보수후보를 대표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두 가지로 대변되는 그의 성향은 주요 공약 곳곳에서 드러난다 .

“저의 공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망과 사랑입니다. 저는 유년시절 사랑에 굶주려 봤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부모와 교사의 충분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학생이 교사로부터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나가겠습니다.”

그의 7대 공약 중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잡겠다’를 첫 공약으로 내건 것은 그의 보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김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교육 강화, 북한의 실상을 덮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보조자료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여러 공약 중에서도 서부산에 청소년컨벤션센터 건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려면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부산권에 제2벡스코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인근에 청소년컨벤션센터를 건립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산은 기존 폐교자산을 처분해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김 후보는 현재 부산의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산다움의 부재’라고 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인물은 장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계기능올림픽을 국내 최초로 유치한 곳이 부산기계공고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부산엔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형태의 특성화고가 있는데, 각각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을 경험해본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야학교사로 시작해 인문계고, 특성화고에서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산업체 부설학교 교수를 거쳐 국립대 교수가 됐고, 학장직을 수행하며 행정업무도 다뤄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쌓아온 경험이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 박효석 후보

- “성적경쟁 지양 상생교육으로 혁신”
- 교육청, 교육주체 통제기관 전락
- 건물 매각 … 발품팔아 문제 해결

박효석 후보는 “지금의 답답한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식이 있는 시민이 교육감에 더욱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석 선거 캠프 제공

“현 교육감의 지지도가 30% 수준이고, 나머지 후보들 지지도가 답보상태인 것을 보면서 나머지 시민은 신선하고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특하면서도 교육철학이 확실한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하다 그게 저 일수도 있다고 생각해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박효석 후보는 4명의 교육감 후보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후보다. 4월까지만 해도 한 번도 후보로 거론되지 않다가 5월 8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부산시교육청의 위탁교육기관인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학생, 학부모들과의 접점을 찾아왔다. 아시아공동체학교는 일반 학교에 부적응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위탁 대안교육시설이다.

“교사, 교수 출신이 물론 교육 전문가겠죠. 그러나 가장 전문가는 학부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답답한 교육현실과 교육행정을 보면 차라리 교사, 교수 출신 전문가보다 상식이 있는 시민이 교육감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부산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박 후보는 ‘교육청’을 꼽았다. 현재의 교육청은 교육관료만을 위한 공간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를 통제하고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것. 이런 비대칭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교육청 매각’이라는 그의 공약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육청 매각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정책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청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 버스를 만들어 찾아다니며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결재서류를 들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매각한 대금으로는 아이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회를 만들고 학생복지시설과 장학사업에 쓸 수 있도록 연구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향은 ‘진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은 이념적 성향의 개입 없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데 방점을 찍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현실에서 교육백년대계는 말뿐인 구호”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상생교육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적 경쟁을 위한 교육이 아닌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상생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개인이 아닌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교육혁신은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부산시 교육청을 시민에게 돌려드리고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 함진홍 후보

- “학생 9시 등교·무상조식 실현 노력”
- 교사 행정업무 덜어 학생과 소통
- 33년 노하우로 현장중심 개혁

함진홍 후보는 “33년간 교실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함진홍 선거 캠프 제공

“현장의 경험이 녹아있지 않았던 그동안의 부산교육은 제자리걸음입니다. 현장의 소리를 모으고 집행하는 시민교육감, 신나고 재미있는 학교를 만드는 대한민국 교육의 대전환을 이뤄내겠습니다.”

함진홍 부산시교육감 후보는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 중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안다. 그도 그럴 것이 33년간 평교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교육 현장을 몸으로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리직 경험이 전무한 평교사 출신이 1000여 개의 교육기관을 이끌어갈 수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함 후보는 이것이 바로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이미 촛불에 의해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현재는 시민과 국가에 봉사할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33년 동안 교실이라는 현장과 입시라는 괴물 같은 제도와 부딪혀왔기 때문에 학생들의 심리를 꿰뚫고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선거에 나서게 된 것도 현장을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 박탈당한 교권,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점철된 학교를 교직경험을 통해 알게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뒤집어 보겠다고 생각한 것.

함 후보는 이 같은 현장의 경험을 공약에 녹여내는 데도 공을 들였다. 1순위 공약으로 내건 ‘9시 등교’와 ‘무상조식’도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언뜻 보면 별 것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에 이만한 공약도 없다고 자부합니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은 이른 등교시간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고,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등교합니다. 학생들의 수면권과 조식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학업성취도 향상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자의 철학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찬 교육감’ 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슬로건에도 공약을 꼭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함 후보는 마지막으로 지금의 부산교육은 ‘교육격차’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열쇠는 ‘교사’라고 강조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력증진을 위한 맹목적인 예산 쏟아붓기 보다는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덜어 학생과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김석준(1957년생) 약력 학력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 졸업(문학박사) 현직 부산시교육감 경력 전 부산대학교 사범대 교수

◇ 김성진(1957년생) 약력 학력 부산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고전문학 전공)  현직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경력 전 부산대 인문대학장

◇ 박효석(1967년생) 약력 학력 경성대 행정학과 졸업 경력 전 금융피해자 파산지원연대 공동대표 전 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

◇ 함진홍(1959년생) 약력 학력 부산대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미술학 석사) 경력 전 신도고 교사 2015년 제14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여자부 1위 입상

• ■ 사계절 ‘핫플’된 광안리…호텔사업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 ■ 尹 비상계엄 손배소, 내달께 부울경서도 청구할 듯
• ■ 美연구팀 “청소년 흡연, 우울증·불안증세 위험 최대 90% 증가 시켜”
• ■ 李대통령 ‘이자장사’ 경고에…금융권 긴급회동
• ■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10조 첫 돌파
• ■ 펀드 이익배당금 상반기 23조…전년비 1.8%↑
• ■ 부산엑스포 도전은 헛되지 않았다…도시브랜드 높여 국제행사 줄유치
• ■ 반얀트리 화인 ‘용접불티’ 지목…“맞다” “아니다” 진실공방
• ■ 1조 기업 육성 프로젝트…부산형 ‘매뉴콘’ 6개사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