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폴 앤더슨 감독이 부산에서 영화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19일 오후 7시 30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북카페에서 폴 W. S. 앤더슨의 ‘씨네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19일 오후 7시 30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4층 북카페에서 폴 앤더슨의 ‘씨네클래스’가 열렸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씨네클래스’는 저명한 해외 영화인을 초청해 소규모 강연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극장 GV나 ‘마스터 클래스’와 달리 소수의 인원이 참여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날 강연의 주인공인 폴 앤더슨은 아내인 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한 영화 ‘프로텍터’의 제작자 자격으로 올해 BIFF를 찾았다. 그는 ‘모탈 컴뱃’ ‘레지던트 이블’ ‘몬스터 헌터’ 등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다수 연출하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인물이다.

폴 앤더슨은 “제작 과정에서 비디오 게임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제가 비디오 게임의 영향을 받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1세대 감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원작 게임의 팬과 영화 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원작 영화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폴 앤더슨이 주목 받아온 이유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원작 게임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폴 앤더슨은 “창작자로서의 자율성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원작의 의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레지던트 이블’과 ‘드래곤 헌터’ 등 일본 게임을 영화화할 때는 직접 일본을 찾아가 게임 개발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SF 공포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영화는 근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실종된 탐사선 ‘이벤트 호라이즌’을 구조하러 간 인물들이 겪는 기괴한 환영과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잔인한 연출과 충격적인 전개로 호러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19일 오후 7시 30분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북카페에서 폴 W. S. 앤더슨의 ‘씨네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폴 앤더슨은 “이 작품 역시 비디오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며 “비디오 게임의 비주얼 요소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본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미적 감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의 남다른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혈흔이 낭자한 장르 영화를 주로 찍는 만큼 그의 작품 속에서는 많은 등장인물이 잔혹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다. 그는 “출연 배우들로부터 ‘어차피 죽일 거면 멋지게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며 “늘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방식으로 등장인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웃어 보였다.

차기작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폴 앤더슨은 현재 고전 좀비 슈팅 게임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각본 각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며 “아직 만들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