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오고 싶었어요. 30회를 맞는 만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죠.”

18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까르뜨 블랑슈: 전우치 X 강동원’에 참석한 배우 강동원이 영화 ‘전우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태훈 기자

18일 오후 9시 15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해운대구 우동). 영화 ‘전우치’의 상영이 끝나고 배우 강동원이 무대에 등장하자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강동원은 “전우치‘를 극장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6년 전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지난해 개막작 ‘전,란’에 이어 올해는 BIFF가 30회를 맞아 새롭게 선보인 ‘까르뜨 블랑슈’ 섹션의 주인공으로 부산을 찾았다. 이 행사는 국내외의 영화 및 문화계 명사들이 추천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GV)도 갖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추천작으로 본인이 출연한 ‘전우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스스로 가장 잘 아는 영화이고 관객에게 잘 아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도 여러분들과 즐거운 영화를 보고 싶었다. 관객이 즐거운 것이야말로 영화제의 가장 큰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 개봉한 ‘전우치’는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천방지축 악동 도사 전우치가 펼치는 좌충우돌 활극을 그린 영화이다. 활극 액션을 표방하는 작품에 걸맞게 작중에는 벽을 수직으로 타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는 장면 등 고난도 액션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 강동원은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은 실제로 사다리차를 타고 찍었는데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며 “국내에서 ‘전우치’만큼 힘든 액션 영화를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 ‘10인의 전우치’ 장면에 얽힌 비화도 공개됐다. 강동원은 극 중 용감한 전우치, 불량한 전우치, 어리바리한 전우치 등 1인 10역을 소화해냈다. 그는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 ‘드래곤볼’에서 착안해 분신술 장면을 직접 감독님께 제안했다”며 “그 장면만 만10일간 밤샘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도 저도 동선이 헷갈려 정말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18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까르뜨 블랑슈: 전우치 X 강동원’에 참석한 배우 강동원이 영화 ‘전우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태훈 기자

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강동원은 최근에는 제작자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프로듀서로서 직접 프로젝트 기획과 제작에 참여 중이다.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간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며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가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우치’ 속편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속편의 트리트먼트를 10장 정도 써놓았다”며 “결국 중요한 건 관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느냐는 것이다. 만약 속편을 제작하게 된다면 1편에서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완성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