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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불꽃무늬 금관. 신라나 가야 금관보다 세움 장식이 훨씬 복잡해 금판을 오려내는 제작 과정도 몇 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
- 문화재 평론가 김대환 씨
- 35년 간 韓·中·日 실측 조사 통해
- 단체·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 고구려 금관·조선 금빛 백자병 등
- 우리 문화재 88점 소개
암 투병 중인 소설가 이외수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책 한 권을 추천했다. "2015년 이외수가 1빠(첫 번째)로 추천하는 책.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야 하는 자부심.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저자 김대환. 보시면 탄복하게 됩니다." 이외수와 문화재? 게다가 문화재라면 박물관을 떠올리기에 십상이지만,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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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초기의 백자금채 매죽무늬 작은병. |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는 '공민왕릉 출토 유물'부터 '청동 5층 작은탑'까지 우리 문화재 88점을 소개한다. 시원시원한 도판과 핵심만 간추린 설명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그런데 이들 유물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지의 작은 기관이나 단체, 개인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평론가인 저자 김대환(53) 씨가 35년 동안 직접 눈으로 보고 실측 조사했다. 도판도 저자가 직접 찍었다.
"35년 동안 문화재가 좋아 문화재를 찾아다녔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직장생활도 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했습니다. 국내외 발굴 현장과 유적지를 방문하며 익힌 안목을 바탕으로 틈틈이 수집한 유물 5000여 점을 서울역사박물관 등 각 박물관 특성을 고려해 무상으로 기증했습니다. 잊히거나 간과할 수 있는 문화재를 책으로 엮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문화재를 사랑한다면 실천하자'며 저자가 마음먹고 만든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만만찮다.
"이 유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10년 세월이 필요했다. 일본을 찾을 때마다 유물 소장자와 인간관계를 쌓은 결과 (…) 세상에 처음으로 숨겨진 우리 문화재를 알릴 수 있다는 기쁨에…"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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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공민왕릉 출토 용머리 황금잔.
경인문화사 제공 |
조선 초 경기도 광주 왕실관요에서 제작된 '백자금채 매죽무늬 작은병' 이야기다. 저자는 "고려시대 청자에 금채를 한 화금청자(畵金靑磁)가 있지만, 조선시대 금채 자기는 이 유물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약간 낮고 넓은 굽과 안정적인 몸체의 볼륨에 알맞은 목선이 조화를 이룬 전형적인 조선 초기 백자병에 설백색 유약을 골고루 발랐다. 몸체 양면에 금빛 매화나무와 대나무를 당시 유행하는 화법(몰골법)으로 그려 넣었는데, 올곧은 선비 정신을 표현한 듯 그윽하다.
저자가 이보다 더 애착을 갖는 문화재는 '고구려 불꽃무늬 금관'이다. "신라나 가야 금관보다 세움 장식이 훨씬 복잡하여 금판을 오려내는 제작 과정도 몇 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고구려 금관은 일제 강점기에 출토된 가야 금관처럼 정확한 출토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묵서(墨書)명(이와 관련, 상명대 박선희 교수가 2011년 '신라금관에 선행한 고구려금관의 발전 양상과 금관의 주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이 남아있어 역사적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137쪽)
저자는 "전 세계 고대왕국에서 제작돼 전해지는 금관은 모두 12점에 불과하다. 이 고구려 금관을 포함해 우리나라 금관이 10점(신라 금관 7점, 가야 금관 2점)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금관의 왕국"이라며 "특히 고구려 금관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깨트리고 고구려의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이와 함께 현재 한 점도 남아있지 않은 고려 목탑 복원의 단초가 될 '청동 5층 작은탑'을 비롯해 신석기부터 조선까지 금속·도자·목공예 문화재를 조명한다. 고인돌 청동검 청동거울로 대표되는 고조선의 '청동 의례기', 엄숙함과 근엄함이 조화를 이룬 신라 불상의 표본인 '금동 약사여래입상', 고려 공민왕릉에서 출토된 '용머리 황금잔', 국내에 모두 8점뿐인 목각 탱화 가운데 하나인 '조선 목각 아미타여래 설법상' 등 취향대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