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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247> 경북 경주 아기봉산과 영지 둘레길

아기장수 바위, 석가탑 그림자 품은 연못 … 경주 전설 속을 거닐다
이창우 산행대장 lcw1124@kookje.co.kr | 2021.09.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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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 아이 낳았다는 이야기 깃든
- 3㎞ 아기봉산 원점회귀 코스
- 236m 정상 황금들판 조망 황홀

- 직선으로 5㎞ 떨어진 영지둘레길
- 맑은 호수와 토함산·불국사 풍경
- 아사녀 명복 비는 석불좌상 이채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주로 장거리 산행을 소개하다 보니 괜찮은 산행지인데 코스가 짧아 외면했던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 한 곳이 경북 경주 외동읍 아기봉산(애기봉산·236m)이다. 산의 높이가 3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 정상에는 ‘아암(兒巖)’이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집채만 한 바위가 서로 엉켜 설악산의 한 부분을 보는 듯 규모가 대단하다. 근교산 취재팀은 선녀와 아기장수의 전설로 유명한 경주 입실의 아기봉산과 아사녀가 불국사 석가탑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길 기다렸다는 영지(影池)에 조성된 둘레길을 묶어 소개한다.
선녀와 아기장수 전설이 있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아기봉산 정상의 아암. 취재팀 왼쪽에 홈이 파인 바위는 아기를 씻겼다는 돌대야이며 멀리 동대봉산과 토함산이, 발아래는 외동읍 황금들판이 펼쳐진다.
전설로만 여겼던 영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아기봉산과 영지는 직선거리로 약 5㎞ 쯤 떨어졌으며, 두 코스는 합해 약 5㎞ 거리다. 그 사이에 사적 제26호 괘릉(掛陵)이 자리해 가을에 가족 여행을 겸한 최고의 산행지로 추천한다. 아기봉산의 유래를 보면 임신한 선녀가 천상에서 쫓겨나 아기봉의 석굴에서 몸을 풀었는데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삼칠일(21일)이 되면서 말을 하고 바위를 메고 산봉우리를 뛰어올랐다.

아기장수의 소문은 서라벌에 금방 퍼져 궁궐의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임금님은 아이가 커서 자신의 자리를 탐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군사를 보내 아이를 죽여 포대기에 싸서 밧줄로 꽁꽁 묶었다고 한다. 현재 아암에는 전설이 딱 들어맞을 만큼 바위 형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괘릉은 능을 쓰려고 연못을 메웠는데 물이 새어 나와 장치를 걸어 원성왕의 유골을 안치한 데서 괘릉이라 불리며, 원성왕릉이라고도 한다. 괘릉은 석물과 함께 신라 왕릉 가운데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데다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기봉산 정상인 아암 전경.
아기봉산은 경북 경주시 외동읍 수곡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능선의 태평사·애기봉 갈림길~잇단 건국사·구어리 갈림길~운동기구 쉼터~건국사·애기봉 갈림길~아기봉(아암) 정상~건국사·연안리 갈림길~건국사를 거쳐 수곡사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다. 산행거리는 3㎞이며, 2시간 안팎이 걸린다.

수곡사주차장 왼쪽 끝에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들머리다. 간략한 아기봉 등산로 안내도를 참고한다. 가족묘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작은 개울을 건너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나무다리를 건넌다. 애기봉(1.05㎞)·태평사(0.95㎞) 이정표를 지나 주차장에서 15분이면 능선 삼거리에 올라선 뒤 애기봉(0.9㎞)은 오른쪽을 간다. 왼쪽은 태평사(0.8㎞)에서 올라오는 길, 아기봉산 산길은 완만한 능선에 마사길이 이어져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잇단 건국사와 구어리 갈림길에서 애기봉은 모두 직진한다.
아사녀가 연못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비치길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영지.
운동기구가 놓인 삼거리에서 애기봉(0.4㎞)은 오른쪽 방향이다. 능선과 산비탈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널렸으며,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도 있다. 또 한 곳의 건국사 갈림길에서 애기봉(0.1㎞)은 직진하는데 정상을 알리는 코팅지가 나무에 걸렸다. 이곳은 안내도 상 정상인데 실제 정상은 아기봉이라 표기된 아암이다. 아암은 아기봉산 이름의 유래를 낳게 한 바위다. 이정표 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면 바위가 엉켜 만든 너른 석굴이 나온다. 선녀가 살았던 곳일까 상상해 본다. 오른쪽을 나가면 전망대다. 동쪽의 삼태지맥에 조성된 풍력 발전단지에서 시계 방향으로 봉서산 삼태봉 무룡산 묵장산 마석산 동대봉산 토함산과 발아래 외동읍 황금들판이 펼쳐진다.
아기봉산에 있는 아이가 죽임을 당한 뒤 포대기에 싸여 줄로 묶였다는 형상의 바위.
전망대 뒤쪽에 놓인 길이 1m, 폭 50㎝ 바위는 양쪽에 2줄의 홈이 파였는데, 전설의 아기장수가 두 개의 줄을 이용해 바위를 직접 멘 자국이라고 한다. 이 일대 다른 바위에선 아기를 씻겼다는 돌 대야 형상도 보인다. 취재팀은 아이의 탯줄을 끊었던 가위를 놓았다던 곳은 찾지 못했지만, 아이가 죽임을 당한 뒤 포대기에 쌓인 채 꽁꽁 묶였다는 흔적은 아기봉 전설 안내판 뒤쪽 바위에서 찾았다.

이정표에서 오른쪽 건국사(0.4㎞)로 하산한다. 왼쪽은 연안·냉천 방향. 곧 나오는 연안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건국사로 꺾어 조릿대 길을 내려간다. 심신암 임도의 애기봉 이정표에서 50m 쯤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임도를 벗어나면 건국사 경내다. 요사채 앞 계단을 내려가면 콘크리트 길이 나온다. 동천 앞에서 수곡사 안내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꺾어 주차장에서 마친다.

아기봉산 산행을 마쳤다면 승용차로 영지 임시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불국사를 세운 김대성이 다보탑과 석가탑은 백제의 석공 아사달에게 맡겼다. 그의 처 아사녀는 낭군을 찾아서 천신만고 끝에 불국사에 도착했다. 하지만 탑이 완성될 때까지 절 안에 여자를 들이지 않는다는 금기로 만날 수 없었다. 탑이 완성되면 연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치고, 그때가 되면 남편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말에 아사녀는 기다렸지만 기약이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기력조차 잃은 아사녀는 연못에 몸을 던졌다. 탑이 완성된 뒤 아사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통곡하며, 그의 명복을 비는 영지 석불좌상을 조성했는데 현재 영지 입구에 남아 있다.

연못은 영지로 석가탑은 ‘그림자가 없는 탑’인 무영탑(無影塔)이라 불리게 된 이유다. 임시 주차장을 나와 아사달 혼 조형물에서 오른쪽으로 영지 둘레길을 걷는다. 콘크리트길은 영지 서쪽을 돌면서 비포장 흙길로 바뀐다. 중간중간 놓인 쉼터를 지나 남쪽의 못 둑까지 이어진 나무 덱 길을 간다. 토함산과 그 아래 불국사가 보이는 전망 덱을 지난다. 아사녀가 석가탑이 물에 비치기를 기다렸다는 당시의 연못을 생각하며 도로를 끼고 조성된 녹색테마공원을 지나 아사달 혼 조형물에서 영지둘레길을 마친다. 둘레길 거리는 약 2㎞에 45분 안팎이 걸린다.


◆교통편

- 거리 먼 두 코스 이동 위해 대중교통보단 자차 이용을

아기봉산 산행 뒤 영지둘레길 출발지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편 보다 승용차가 낫다.

부산에서 수곡사주차장으로 가려면 금정구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경주를 가거나 부전역에서 동해남부선을 운행하는 기차로 불국사역에서 내리면 된다. 동부터미널에서 경주행은 오전 6시2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있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은 오전 6시20분, 7시15분, 8시, 9시43분 등에 출발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시외·고속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153, 600, 603, 604, 605, 607, 609번 시내버스가 불국역 정류장에 정차하므로 기차로 불국사역에 내렸다면 불국역 정류장에서 타도 된다. 시내버스는 입실 정류장을 지나 삼아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입실교를 건너 뒤 왼쪽으로 꺾어 수곡사주차장까지는 약 1.4㎞ 거리에 20분 걸린다. 산행 뒤 불국사역에서 부전역은 오후 2시19분, 3시55분, 6시42분 등에 있다.

승용차 이용 땐 경북 경주시 외동읍 아기봉길 164 수곡사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문의=생활레포츠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창우 산행대장 lcw1124@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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