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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21.05.06 19:20
정치권에서 주로 거론되는 기본소득은 ‘진성’ 기본소득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본질적 비전·목적의 달성과 무관하고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포퓰리즘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기본소득을 매개로 국민을 속이거나 진실이 아닌 것을 현혹적으로 선전하는 질 낮은 정치를 통칭한다. 지금 한 쪽에는 이재명 지사의 ‘가짜’ 기본소득, 다른 쪽에는 보수 야당의 ‘짝퉁’ 기본소득이 있다.

기본소득은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한다는 당위적 차원의 일반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만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철학적 지향과 목적을 가진 고유 담론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보편성·무조건성·개별성·정기성·현금성·충분성 원칙을 요건으로 설정했다. 즉,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매달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현금을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완전기본소득이 되려면 GDP의 25%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GDP 2000조 원의 25%인 500조 원을 국민 모두에게 배분하면 1인당 월 80만 원씩 돌아간다. 그런데 연간 국세 수입이 295조 원인 상황에서 500조 원의 조달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완전기본소득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GDP의 10~15%를 지급하는 부분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연간 200조~300조 원이 필요하고, 모두에게 월 32만~48만 원씩 돌아간다.

국민기초생활보장 ‘1인 가구’의 현금 급여가 최대 월 80만 원이므로 부분기본소득 월 32만~48만 원으로는 이를 완전 대체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연간 재정 200조~300조 원의 추가 조달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도입된다고 해도 보편적 복지국가의 발전과 재정적으로 경합하므로 지속되기 어렵고, 완전기본소득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기본소득은 보편적 무조건성 원리에 따라 현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므로 사회적 위험이나 복지 필요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원리에 비해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가 크게 열등하다. 그래서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기본소득을 정치의제로 들고 나오진 않는다. 다만, 기본소득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얼마든지 ‘진성’ 기본소득을 주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가짜’ 혹은 ‘짝퉁’ 기본소득이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연간 20만 원으로 시작하고, 매년 증액해 수년 내에 연간 50만 원까지 만들면 재정 부담은 10조~25조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편다. 10조~25조 원은 완전기본소득 500조 원의 2~5%에 불과하며, 모두에게 월 1만6600~4만1600원씩 돌아간다. 푼돈을 지급하는 ‘가짜’ 기본소득이다. 게다가 이 지사가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조달한다니,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에 투입될 소중한 재정 10조~25조 원이 푼돈으로 흩어진다. 엄청난 해악이 아닐 수 없다.

이 지사는 보수 야당의 기본소득은 선별적 복지이므로 ‘짝퉁’이라고 수차례 비판했다. 보수 야당의 기본소득은 김세연 전 의원의 우파 기본소득을 제외하면, 저소득 가구의 청년들만 지원하는 선별적 청년기본소득과 안심소득 정도인데, 이것들은 기본소득의 핵심 요건인 보편성·무조건성 원칙을 위배했기 때문에 ‘가짜’ 기본소득이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의 전직 경제 관료들이 ‘음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들도 기존 보편적 복지국가 방식에 비해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가 열등하다. 다만, 야당에서 기본소득과 구분되는 ‘안심소득’과 ‘음의 소득세’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는 기본소득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재난지원금을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 원리가 아니라 기본소득 원리에 따라 부자·빈자를 가리지 않고 10만 원씩 획일적으로 지급한 것은 재정 지출의 경제·복지 효과를 열등하게 만든 잘못된 정치다.

또한,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 강력한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도 틀렸다. 진실은 그 반대다. 국민행복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의 혁신적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고 있다.

설상가상, 경기도는 ‘대통령 소속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설치’ 입법안을 이달 중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가짜’ 기본소득의 둥지가 될 지도 모른다. 이는 정말 두렵고도 망신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거부하고, 당론인 보편적 복지국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작동 원리가 다른 두 제도를 같이 품겠다는 것은 위선이며,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선진 복지국가 어디서도 이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당내 토론을 통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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