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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오션월드<11>용궁의 사신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2021.08.07 07:55
아주 오래 전 용왕이 큰 병이 들었다. 토끼의 간만이 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처방에 용궁의 충직한 신하 자라가 육지로 떠났다. 자라는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지만 토끼는 간을 물 밖에 두고 왔다는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야기 속 용궁은 심청전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를 구해 용궁으로 데려간 주인공이 거북이란 점이다. 우리 선조들은 바닷속과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연결해 주는 사신 역할을 땅과 물속을 오가는 자라와 거북이에게 맡겨왔다.

바다거북1.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바다거북이 용궁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사신으로 대접해 혹 그물에 잡히기라도 하면 융숭하게 대접해 바다로 돌려보내곤 했다.
바다거북2-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바다거북이 용궁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사신으로 대접해 그물에 잡히기라도 하면 융숭하게 대접해 바다로 돌려보내곤 했다.
 서구에서는 돌고래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바다의 요정 암피트리테(Amphitrite)를 너무 사랑했다. 그런데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이 무서워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아틀라스 신의 궁전으로 숨어 버렸다. 사랑에 빠진 포세이돈은 돌고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전 세계 바다를 뒤져 암피트리테를 찾아낸 돌고래는 포세이돈의 애절한 마음을 전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게 되었다. 포세이돈은 고마움의 표시로 돌고래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고래 인형을 선물하면 그 돌고래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돌고래1-서구인들은 돌고래와 바다속 세상과 인간세상을 연결해주는 사신으로 생각했다.
돌고래2-서구인들은 돌고래와 바다속 세상과 인간세상을 연결해주는 사신으로 생각했다.
동양과 서양의 관점에서 등장하는 거북이, 돌고래 중 어느 쪽이 용궁의 사신으로 더 적임자일까? 사람들은 거북이에 대해 느림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땅 위에서의 모습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거북이는 시속 32㎞ 이상으로 헤엄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천 ㎞에 달하는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탁월한 잠수능력도 갖추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 수영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6.49km/h에 불과하니 거북이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 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다 보면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서 거북이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때 거북이를 따라잡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실감하곤 한다. 거북이는 돌고래만큼 수영 실력을 가진 데다 땅 위를 오갈수도 있으니 용궁의 소식을 전하는데 더 적임자일지 모른다.

바다거북3-바다 속에서 한번이라도 거북이를 본 사람이라면 이들을 수영으로 따라잡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알 수 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용궁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실제로 용궁이 등장할 것이다. 바닷속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안전하고 멋진 집이 지어진다면 그곳이 바로 용궁일 것이고, 이야기 속에서 거북이, 돌고래 등이 맡았던 역할은 잠수정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꿈은 끝없는 도전과 노력을 통해 하나씩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인류는 희망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바닷속 세상에 도전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물속에서도 호흡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수압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잠수용 기구를 만들어 낸 것은 이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잠수용 기구를 이용한 바다 탐험은 기원전 325년 알렉산더 대왕의 시도가 최초였다.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페르시아만에 이르러 밧줄에 매단 잠수 통에 들어가 바다 밑바닥(10여 m 깊이)까지 내려갔다. 아마 에메랄드빛 바다가 대왕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게다. 잠수 통에 들어 있는 공기로 숨을 쉬면서 바닷속 세상을 둘러본 대왕은 분명 흥분되고 다소 과장된 어조로 자신이 본 것을 주변 사람에게 전했을 것이다. 대왕의 이야기를 들은 역사가는 ‘대왕이 바닷속에서 엄청난 크기의 이상한 동물들을 보았는데 그중에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날카로운 이빨로 뒤덮인 동물도 있었다’고 기록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잠수통-알렉산더 대왕의 잠수통을 보여주는 삽화. 잠수통에서 바닷속 세상을 둘러본 대왕은 분명 흥분된 어조로 자신이 본 것을 전했을 것이다.


트리에스터-1961년 1월 20일 케네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축하는 날 성조기를 단 트리에스테가 자랑스럽게 워싱턴시 펜실베이니아 에비뉴를 퍼레이드하며 지나가고 있다. 출처 :http://rolexblog.blogspot.kr/2010/01/deepest-deep-sea-dive-in-history-us.html
이후 과학의 발달은 인류가 보다 깊이, 보다 오랫동안 바닷속에 머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잠수용 기구를 이용해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1960년 1월 23일 미국 잠수정 ‘트리에스트 2호’ 에 탑승한 사람들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1만918m까지 도달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트리에스트 2호’는 배에서 줄을 매달아 밑으로 내린 잠수 통 형태로 독자적인 추진력을 갖추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트리에스트 2호를 끝으로 이러한 도전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구 표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심해 평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은 전 세계에 다섯 척이 있을 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과학 작가인 로버트 쿤직은 “인류는 바다 밑의 어둠 중에서 100만 분의 1 또는 10억 분의 1 정도를 탐사했을 뿐이다. 아마도 그보다도 더 적을 것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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