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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땐 모노레일, 내려올 땐 벼랑길 걷기…욕지도 다 누리다

통영 욕지도 여행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1.04.28 19:27
# 근대화 역사 흔적 남은 ‘자부마을’

- 일제강점기 어업 전진기지로 발달
- 술집·우편국 자리에 문화거리 조성

# 8자형 일주도로 따라서 섬 한 바퀴

- 모노레일, 동항리~천왕산 왕복 2㎞
- 해안가 출렁다리 코스 ‘비렁길’ 스릴

‘섬에 살 때 머리맡에서 밤새도록 철썩이는 바다의 물결 소리는 나의 자장가였다. 섬을 처음 떠나왔을 때 그 물결 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은 얼마나 많은 밤을 불면으로 뒤척였는지 모른다. 이제 거기 나의 안면(安眠)이 있을 것이다’. 욕지도 출신 김성우 시인의 ‘돌아가는 배’ 중.
해발 392m 천왕산 대기봉을 오가는 욕지도 모노레일. 초당 1.25m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동안 욕지도 풍경을 오롯이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욕지도(욕지면)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삼덕항에서 욕지도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하늘을 통째로 비추는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와 배를 따라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을 구경하다 보면 금세 닿는다. 욕지도 도착을 알리는 선내 안내방송을 듣고 갑판에 나가 보니, 뱃머리 너머 김성우 시인이 언제나 그리워했던 풍요로운 안면의 섬, 욕지도가 펼쳐졌다.

■섬의 근원, 자부마을

욕지도는 우리나라 섬 중 43번째로 면적이 크다. 부속 섬만 156개가 딸려 있다. 선사시대 사람의 흔적을 제외하면 1890년대까지 사람이 살지 않던 공도였다. 1910년 어업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는 일본에 의해 욕지도 좌부랑개를 중심으로 어촌 근대화가 시작됐다. 많은 어선과 어부가 욕지항으로 들어왔고, 어부들을 대상으로 한 술집 식당 여관 이발소 등의 가게가 늘어섰다. 좌부랑개는 당시 욕지도의 번화가였다. 40여 개의 술집에서는 뱃사람들의 고된 하루를 달래는 노랫소리가 밤늦도록 이어졌다.

현재 좌부랑개는 자부마을로 불린다. 골목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던 술집들은 아예 사라졌거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일본 게이샤가 있던 명월관, 일본인의 금융과 우편 등을 관리했던 우편국, 학교 등도 마찬가지다. 통영시는 옛 욕지도의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이곳을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조성했다. 이 거리에는 고등어를 염장하던 커다란 간독도 재현해 섬의 역사로 남겼다.
비렁길을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사진)과 아찔한 출렁다리, 고래가 틈에 끼인 바위절벽이란 뜻의 고래강정 등을 차례로 만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좁은 골목길을 나오면 천연기념물인 모밀잣밤나무가 늘어선다. 골목 끝에서 보이는 항만은 과거 태평양을 건너온 고래의 경유지이자 고래포경선물양장이었다. 집채만 한 고래를 해체하는 사람과 구경꾼으로 장사진을 이뤘던 곳이다. 욕지면 향토연구사 김흥국 씨는 “얼마나 배가 많았던지 배를 밟고 바다를 건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바로 앞 낚시 관련 부품 업체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욕지 주민과 함께했다고 한다. 1924년 동항리어업조합으로 출범한 욕지수산업협동조합도 묵묵히 섬사람들과 욕지도를 지킨 건 마찬가지다.

■섬 비경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출렁다리.
욕지도는 최근 총길이 24㎞, 8자형 일주도로를 완전히 개통했다. 얼마 전까지는 도로 일부 구간이 막혀 되돌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욕지도를 8자로 누비는 동안 섬의 풍경은 고등어양식장과 망망대해, 손에 잡힐 듯한 아기자기한 부속 섬 등 시시각각 바뀐다.

2019년 개통된 모노레일은 욕지도와 다도해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모노레일은 동항리 여객선 선착장에서 해발 392m인 천왕산 대기봉까지 왕복 2㎞를 오간다. 초당 1.25m로 천천히 움직여 욕지도의 비경을 눈에 담기에 충분하다. 욕지 고구마가 자라는 비옥한 땅과 푸른 바다, 초록 숲이 서로 선명히 대비돼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수평선으로 늘어선 산과 바다 부속 섬을 구경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모노레일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연화도와 우도, 매물도 등을 품은 다도해의 드넓은 풍광이 묵힌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준다.

고래강정.
모노레일 탑승장 입구에서 아래로 난 길로 접어들면 ‘비렁길’이 시작된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펠리칸바위까지 세 개의 출렁다리를 지나게 되는 코스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다.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벼랑 위 좁고 가파른 길을 걸어야 한다. 협곡 위 설치된 세 개의 출렁다리는 천천히 걸어도 꽤 출렁거려 무척 스릴 있다.

비렁길을 걷다 보면 깊게 파인 좁은 골짜기 틈으로 삼여도가 보이는 고래강정을 지난다. 고래강정은 고래가 틈에 끼인 바위절벽이란 뜻이다. 세 여인과 용왕의 전설이 깃든 삼여도는 욕지도에서 손꼽는 비경으로, 천왕산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펠리칸과 꼭 닮은 펠리칸바위에서 드넓은 욕지도를 바라보면 지금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게 더욱 실감 난다.


◆ 욕지도 주요 먹거리들

- 신선·쫀득한 고등어회 일품, 옆 섬 배달해 주는 짜장면도

욕지도 고등어회. 비린 맛이 없고 쫀득하다.
욕지도는 고등어와 고구마의 주산지다. 이곳에서 잡히는 고등어로 만든 요리는 전국에서 맛을 인정받는다. 욕지면 송무원 면장은 “섬의 경쟁력은 음식이다. 특히 욕지 고등어는 구이 회 조림 등 어떤 방식으로 먹어도 다른 지역 고등어와 비교 불가”라고 자신했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면 곧바로 죽어버려 횟감으로 쓰기에는 신선도가 떨어진다. 욕지도는 치어를 잡는 곳 바로 옆에 가두리양식장을 만들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로 고등어회는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쫀득한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회를 밥에 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고등어초밥이 된다. 또 고소한 구이와 국물이 묽은 조림 모두 익숙한 고등어 요리와 다른 깊은 맛을 자랑했다. 

욕지도에서는 일명 ‘물 건너온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욕지도 156개의 부속 섬 중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는 10개 정도인데, 이곳으로 짜장면 배달이 가능한 것이다. 송 면장은 “본섬에서 부속섬으로 짜장면 배달이 가능한 건 아마 욕지도가 유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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