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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와 배우는 금융상식<10>ESG란 무엇인가?

황선구 한국거래소 기업지원부 부장 | 2021.10.16 07:43

우리가 어느 기업에 투자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눈여겨보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은 그 회사가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려 얼마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지, 보유한 자본과 갚아야 할 빚은 얼마인지, 설비의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요소를 객관적으로 표시해 주는 형식이 기업의 재무제표다.

숫자로 표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척도로 재무제표를 활용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기업에 투자하고자 할 때 재무제표 한 가지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영위하는 업종과 시장점유율, 경쟁사 대비 매출액, 이익률 등 객관적 숫자뿐 아니라 평판, 기술력, 시장의 잠재력 등 재무제표에 기록하기 되지도 않고 숫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오래전부터 투자의사 결정에 사용되고 있다.

기업을 커다란 빙산에 비유해 보자.빙산에 솟아오른 머리에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 재무제표에 비유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려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지, 자본과 빚은 얼마인지 수면에 드러난 부분을 통해 대충의 빙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수면아래 잠겨 있는 90%의 빙산을 보지 못한다.

수면에 잠긴 부분이 덩치만 크지 푸석푸석하게 녹고 있는 슬러시 상태인지 단단하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숨겨진 위험한 장애물인지 알 수 없다. 빙산의 숨겨진 부분을 보고 싶다면 음파탐지기나 수중카메라를 동원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 바깥부분의 빙산을 기업의 규모나 수량(Quantity)이라고 하면 물 아랫부분은 기업의 품질(Quality)인 셈이다

베일에 가려진 빙산의 아랫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수중카메라를 동원하는 것처럼 재무제표로 좀처럼 알 수 없는 기업의 속살을 분석하려는 욕구가 ESG라고 할 수 있다.

왜 ESG를 평가하는가? ESG라는 단어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뜻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시장점유율, 기술력, 시장의 잠재력 등의 평가 대신 하필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3가지 구도로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려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ESG가 기업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부분이 가장 많이 숨겨져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회사가 해마다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환경을 파괴하거나 노동법규를 지키지 않으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그 비용을 외부에 전가하고 있지 않은지, 대주주의 이익에만 골몰하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이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여 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ESG경영은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인 동시에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는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한편 ESG에 의한 평가 방식이 사회운동가나 환경주의자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일반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겠다.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며 투자자에서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면 주면 그뿐이고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 오히려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지속성과 안정성이 높을 것이 뻔한데 구태여 어려운 ESG를 분석해서 지속가능성을 찾아내야 하는가? 식의 의문이다.

아니면, “ESG란 한 시절을 풍미하는 일종의 테마주 같은 것이라” 유행이 지나면 사그라지는 트렌드에 불과할 수 있는데 어차피 중장기적 투자자라면 반짝하는 유행까지 고려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심도 가질 수 있겠다.

하지만 ESG가 광범위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고 수많은 선도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실천 과제로 의무화하여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광풍으로 지나갈 유행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산업혁명 이후 기업은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기 위해 운영되었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활동은 장기적으로는 환경재앙과 노동착취 등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와 환경의 파괴로 인해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기업에게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실천을 요구하자는 기후 행동의 일환으로 UN이 주도한 책임투자 원칙에서 ESG의 개념이 사용되었다. ESG는 최근의 반짝하는 열기가 아니라 2006년 이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ESG란 착한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위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안정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기 위한 이기적인 활동으로 보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ESG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 명확해 진다.

오염을 유발하여 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환경보전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는 기업은 당장은 이익을 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종국에는 각종 규제와 소비자들로부터의 외면당할 것이다. 결국에는 수익성이 나빠지고 퇴출의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최악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를 일으킨바 있었던 세계 2위의 석유회사인 BP사의 경우 환경파괴를 복구하기 위해 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했고 실추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을 매각해야 했다.

세계적인 기관투자자들도 예외 없이 ESG를 최우선 의사결정의 요소로 삼고 있다. 그리고 국제 자본시장에 대한 큰손으로 활동하는 기관투자자가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점은 기업의 평판 또는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의 경우 탄소배출이 많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한 한전의 주요 주주였던 네델란드 연기금이(APG) 투자철회를 선언하고 지분을 매각한바 있다. 방산 업체 한화는 비인도적 살상무기로 알려진 집속탄 사업이 신성장동력인 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유럽 투자자들의 비판을 수용하여 사업부분을 매각한 사례가 있다.

황선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기업지원부 부장

ESG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ESG가 무엇이고 왜 ESG를 투자에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어느 기업이 EGS를 잘 실천하는 기업인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발행하는 ESG보고서를 분석하면 된다. 국내외 대규모 기업은 대부분 ESG보고서(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나 거래소 공시시스템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잘하는 부분은 크게 홍보하고 약점은 공개하지 않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렇게 잘하는 부분만 골라 보고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숨기고 보고하는 것을 ESG워싱이라고 한다.

만에 하나 있을 ESG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 놓고 해당 분야를 잘했던 못했던 반드시 기재하도록 권고하거나 강제하는데 이것을 ESG공개지표라고 한다.

이 지표는 기업이 스스로 중요한 사항을 판단하고 애매한 서술방식으로 핵심을 비켜가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완성된 서술방식을 사용하도록 제안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ESG보고서는 숫자로 기재되지 않은 물밑에 잠긴 부분이고 불가피하게 전문용어 등이 사용될 수밖에 없어 처음 보는 투자자라면 몇 번을 읽어보아도 그 분석이나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개인투자자가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기업별 ESG보고서를 일일이 읽어 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럴 경우 기업의 ESG경영을 평가하고 점수화하여 알려주는 ESG평가 기관을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도 한국지배구조원을 비롯한 다수의 평가기관이 국내 기업들의 ESG등급을 제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각 평가기관마다 같은 기업의 ESG 등급이나 점수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객관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평가가 주관적이라는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는 기관 별로 ESG를 평가하는 관점이나 근본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A평가사는 G(지배구조)부분에 높은 가점을 주고 B평가사는 E(환경)부분에 높은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이런 차이점을 감안하여 자신의 투자 전략에 맞도록 평가기관의 등급을 선택해서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2018년 MSCI 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지만 FTSE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MSCI는 전기차가 운행시 배출가스가 없다는 친환경성에 높은 평가를 했지만 FTSE는 전기차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가 오히려 내연기관에 비해 많다면서 박한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SG를 잘하는 기업의 주식은 그렇지 않은 유사한 기업에 비하여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까.

대답은 반대일 것이다. 오히려 ESG에 더 충실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이익이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에 비하면 ESG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ESG는 테마주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잘 대처할 기업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최근 ESG테마주가 시장의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장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가 가격변동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ESG는 주식시장의 또 다른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ESG를 실천하는 기업은 다가올 환경위험에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서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장기투자의 마음가짐이 진정한 ESG의 투자전략이다. 황선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기업지원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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