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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0> 강화도 젓국갈비

새우젓으로 간한 돼지갈비국… 강화 특산 젓갈 없인 이 감칠맛 안나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2.06.21 19:22
- 젓새우 주산지 강화도 새우젓
- 맛·영양 뛰어난 옛 임금 진상품
- 돼지갈비와 강화산 갖은 채소
- 맑은 육수에 넣어 팔팔 끓이다가
- 젓갈로 간하면 깔끔 담백한 전골
- 부산 돼지국밥과도 비슷해 친숙

젓국갈비. 소갈비 돼지갈비처럼 음식 재료도 아니고 수원 왕갈비나 포천 이동갈비처럼 지명도 아니다. 서서 먹는다는 서서갈비도 아니다. 혹시 젓국에 찍어서 먹는 방법으로 갈비 이름을 지은 것일까.

젓국갈비는 강화도에서 오래 내려온 향토음식이다. 음식 이름을 보아하니 ‘젓국’과 ‘갈비’가 주요 식재료인 것 같다. 그런데 젓국과 갈비를 어떻게 조합한 것일까. 그리고 식재료의 가치로 봐도 갈비가 주원료인 것 같은데 갈비젓국이 아니고 젓국갈비다.
전골 냄비 안에 큼지막한 돼지갈비가 들어 있다.
■통통한 새우젓으로 간 맞춰

일단 강화도의 젓국갈비 전문식당을 찾아간다. 젓국갈비를 시켜 그 모양새를 살펴볼 요량이다. 젓국갈비가 상에 오른다. 큰 전골 냄비에 큼지막한 돼지갈비가 들어가 있다. 맑은 육수에 늙은 호박 감자 버섯 배추속 미나리 등의 강화 채소들과 강화 콩으로 만든 두부 등이 넉넉히 들어갔다. 말인즉슨 맑은 육수의 돼지갈비국에 각종 채소와 두부 등을 넣고 끓여낸 전골 음식이라는 것이다.

가스레인지 위에 큰 전골냄비를 얹고 불을 올린다. 곧이어 전골냄비에서 젓국갈비가 끓어오른다.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갈비국에서 웬 짠 내의 바다냄새가 나는지 의아해하며 숟가락으로 젓국갈비를 휘휘 저어본다. 통통한 새우젓이 한 숟가락 올라온다.

아하~! 돼지갈비국에 간으로 새우젓을 썼단 말이렷다. 국물 한 술 떠먹으니 맑은 국물이 깔끔하면서 담백하다. 그러면서 짠 내와 감칠맛이 가득하다. 새우젓으로 간을 잡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가 있음이다. 결론은, 강화도 향토음식 젓국갈비는 돼지갈비 맑은국을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춘 음식인 것이다.

서해안 젓새우의 주산지인 강화도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 새우의 영양가와 감칠맛이 풍부하다. 사진은 강화도 새우젓 집산지인 외포항의 전경.
그럼 강화도에는 왜 새우젓으로 젓국갈비의 간을 한 것일까. 그것도 음식 이름 앞에 ‘젓국’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이는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강화도는 예부터 서해의 젓새우 주산지로, 국내 생산량의 70~80%를 생산하고 있단다.

이 때문에 서해의 유명한 젓갈시장인 강경 광천 곰소 소래에도 강화도 젓새우로 새우젓을 담는다고 한다. 현재 서해의 젓새우 주산지는 강화도를 비롯해 전남 목포와 신안 3곳. 그 지역 바다가 새우의 주요 어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 젓새우의 주산지인 강화도는 예부터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라 새우의 영양가와 감칠맛이 풍부하다. 특히 불음도 주문도 서도 석모도 근처의 새우어장에서 잡은 젓새우를 석모도 삼량염전의 천일염으로 염장하여 새우젓을 담그는데, 그 맛이 전국에서도 최고라 하여 한강을 통해 서울 마포로 집화, 임금께 진상을 했다고 한다.

젓국갈비를 한 술 떠먹어 본다. 시원하다. 깔끔하다. 개운하다. 그리고 새우젓 베이스의 국물이 짭조름하다. 끓일수록 간간한 맛은 더 진해지고 강해진다. 해안지역이 대체로 간이 센데 강화도 다르지 않다. 특히 새우젓 최대 생산지 중 하나이니 더 일러 무엇하리.

■부드러운 육질의 고소한 맛 일품

매일 새벽 직접 손으로 만드는 두부.
갈비를 하나 집어 맛을 본다. 보기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그래도 돼지갈비는 생고기나 양념에 절여서 굽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맛도 좋다. 그런데도 굳이 전골로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고급 식재료인 소고기를 이용한 전골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그 아래인 돼지고기 갈비에다 강화의 특산물을 모두 넣어 정성껏 끓여낸 음식이기에 더욱 그렇다.

강화도는 한때 고려시대의 도읍이었다.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몽골족이 중국대륙으로 세력을 넓히며 고려에도 침략해 온다. 무신정권 시대 당시의 권력자인 최우는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개성)에서 강화도로 옮긴다. 강화도는 개경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육지를 지척에 둔 섬이었기에 육상 기마병 위주의 몽골군과 대적하기 쉬운 전략적 지역이었다.

그러나 강화도는 섬이라는 한계를 가진 변방의 지역이라 모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임금(고종)에게 진상할 음식조차도 마땅한 게 없어 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이때 강화도의 특산물을 이것저것 모아 나름의 진상 음식으로 올렸는데, 이것이 바로 돼지갈비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끓여낸 ‘젓국갈비’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젓국갈비 밥상을 받아든다. 고소한 갈비를 뜯고 개운한 국물을 마신다. 국물을 떠먹을수록 짭짤하면서도 진한 맛에 중독되듯이 계속 떠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 음식, 뭔가 낯이 익다. 부산의 돼지국밥 중 살코기로 국물을 내서 새우젓으로 간을 낸 맛이 살짝 난다. 먼 길의 부산 나그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새우젓의 들큰 짭짤한 매력은 젓국갈비 속의 식재료에도 넉넉하게 배여 있다. 새벽에 직접 손으로 만드는 두부에도 간이 배 더욱 구수한 맛이 짙어진다. 늙은 호박에도, 감자에도, 배추속에도 새우젓의 간이 제대로 배어 흔쾌하다.

■고려시대 왕에게 진상한 향토음식

강화 새우젓은 강화도 새우젓 집산지인 외포리에서 젓갈을 숙성시킨다. 영상 5도를 유지하는 국내 최대의 저온 창고인 토굴에서 1년여 동안 숙성시키기에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과 깊은 감칠맛의 새우젓을 생산할 수가 있단다.

고려시대 강화도로 천도한 왕에게 진상하기 위해 발상한 강화도 향토음식 젓국갈비. 오랫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한 식당이 새로 개발해 상업화 시킨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때가 1997년도이니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음식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처한 사회상에 따라 발상하고 사라진다. 음식의 명멸은 인지상정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음식의 역사적 유래와 지역의 문화인류학적 측면은 잘 기록하고 보존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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