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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1> 목포 꽃게 살 무침

선선한 가을, 꽃게살 찰 무렵…하얀 사발 속 붉은 꽃이 피었네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1.09.07 19:28
- 금어기동안 살 꽉꽉 찬 숫꽃게
- 9월~11월 제철 맞아 맛 들어
- 부산서는 통째 먹는 일 드물고
- 주로 토막내 된장국 끓여먹어

- 목포선 살 발라 양념에 무친 뒤
- 밥반찬으로 뱃사람들에게 내놔
- 부드러운 감칠맛 진정한 밥도둑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소슬하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다에는 살이 꽉 찬 숫꽃게가 돌아온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꽃게의 금어기를 넘기며, 두어 달 동안 제 살을 마음껏 꽉꽉 채워놓은 놈들이다. 산란기 전인 4~6월 봄에는 암꽃게가 알을 품고 제 몸을 맛있게 살찌운다면, 산란 이후인 9~11월 가을에는 숫꽃게가 넉넉하게 살을 채워 맛이 드는 것이다.
숫꽃게가 살을 찌워 맛이 드는 계절이 왔다. 전남 목포에서는 항구 뱃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주점에서 꽃게무침(사진)을 주로 냈다.
꽃게는 바다 연안의 모래바닥이나 갯벌 속에서 군집 생활을 하는 갑각류로 6~7월에 알을 낳는다. 헤엄을 잘 치기에 영어권에서는 ‘수영하는 게(swimming crabs)’로 통칭된다. ‘유영지(游泳肢·수영하는 다리)’라 불리는 납작한 넷째 다리를 노처럼 휘저으며 물속을 헤엄치며 다닌다. 민꽃게, 점박이꽃게, 청색꽃게, 톱날꽃게 등이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식재료

여느 음식이 다 귀하지 않았겠냐마는 어린 시절 꽃게는 귀하디귀한 식재료였다. 특히 부산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하기에 꽃게를 통째 쪄서 먹는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꽃게를 사오시면 여러 번 토막을 내 큰 냄비 가득 꽃게 된장국을 끓이셨다.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온 집안 가득 달큰히고 구수한 꽃게 익는 냄새가 등천을 했다. 이 된장국으로 다섯 식구가 둘러 앉아 사나흘은 족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꽃게 된장국은 여러 끼를 먹으며 여러 번 데우기에, 끼니를 더하면 더할수록 짭짤하고 더욱 진한 맛으로 다가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최고로 애호하는 게 중에 하나이며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게가 바로 ‘꽃게’다.문헌 속에서도 꽃게는 다양한 내용으로 그 실체를 알려왔다. 우선 꽃게의 어원을 살펴보면, 조선 숙종 때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유모(꽃게)라는 것은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은 붉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곶해(串蟹)이다. 즉 ‘곶게’인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串)처럼 생긴 뿔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꽃게는 그 크기도 크거니와 집게발 또한 살이 많고 맛있기에, 다산 정약용은 꽃게를 보고 이르기를 ‘그 크기가 항아리 같아서 쪄놓으면 달고 맛이 있는데 특히 엄지발(집게발)이 유명하다’고 했다.

조선조 문헌을 살펴보면 특히 정조가 유독 꽃게탕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정조가 총애한 신하 정민시의 장모가 꽃게탕을 잘 끓인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그 꽃게탕을 맛보기를 청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옛 문헌에도 많이 등장하는 꽃게

조선말기 궁중의 주방 상궁이었던 한희순(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이 지은 조선시대 궁중음식 조리서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廷料理通攷)’에서도 ‘게감정’이라는 꽃게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감정’은 고추장을 넣어 끓인 찌개를 궁중에서 이르는 말이다.

‘게감정’은 게살을 발라내고 양념한 뒤 게 껍질에 소를 채워 전처럼 지져낸 후 고추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낸 음식이다. 당시 궁중음식 가운데 유일하게 빨갛고 매운 음식이었는데, 정조가 즐겨먹어 수라상의 단골 메뉴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꽃게는 문인화(文人畵) 속에서도 잉어와 함께 자주 등장했던 오브제이다. 선비들에게 있어 평생의 업은 과거급제이다. 때문에 선비들의 집안에는 과거급제의 염을 담은 그림을 걸어두고 소중히 했는데, 잉어는 관직에 오르는 ‘등용문(登龍門)’을, 꽃게는 등껍질의 갑(甲)이 으뜸의 갑(甲)과 글자가 같음으로 급제의 갑 ‘장원’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꽃게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에게 사랑을 받아온 어족이다. 탕으로, 찜으로, 무침으로도 먹고, 간장에 담가 먹기도 한다. 서해에는 게장 담가 먹은 국물에 배추를 절여 국으로 끓여 먹는 게국지도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목포에서도 이 꽃게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특히 꽃게의 살을 따로 발라내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서 먹는 ‘꽃게 살 무침’이 별미로 손꼽힌다. 직접 발라먹는 번거로움이 없어 노약자들이나 어린이들도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목포항 인근 ‘꽃게 살 무침’으로 유명한 장터에 들어선다. 차림표는 꽃게 살 무침 꽃게탕이 전부다. 안주로는 목포의 별미인 ‘준치초무침’과 ‘간재미초무침’을 낸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대표음식은 ‘꽃게 살’이다.
■목포 뱃사람들 좋아한 꽃게 무침

주인장 김옥순 대표에 의하면 원래 목포항에서 뱃사람들 대상으로 목로주점을 하면서 꽃게무침을 주로 냈단다. “양념장이 크게 맵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좋아서 밥에 비벼먹는 사람들이 많아져 밥집으로 업종 변경을 했는데, 특히 꽃게 살을 발라 무침으로 내면서부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들 한다”고. 그러다보니 이 ‘꽃게 살’이란 메뉴로 전라남도 지정 ‘남도음식별미집’으로 지정되기도 했단다.

‘꽃게 살 무침’이 상에 오른다. 붉은 양념에 버무린 꽃게 살이 하얀 사발 속에 고스란하다. 붉게 물든 게살이 압도적이다. 마치 목포항의 노을처럼 맛있게 붉디붉다. 보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우선 소주 한 잔에 양념 꽃게 살을 한 숟가락 가득 입에 넣는다. 붉은 양념이 보기보다 과하지 않게 게살 맛을 부추긴다. 적당한 간에 게살의 감칠맛이 입안에서 넘쳐난다. 부드럽기도 따라 올 음식이 없을 정도로, 입 안에서 잠시 머물던 게살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몇 순배 기분 좋은 술잔을 비우고 게살을 밥에 쓱쓱 비빈다. 밥에 붉은 게살이 맛있게 스며든다. 한 입 떠먹어본다. 으음~! 밥알 하나하나에 순한 양념이 어우러져 흔쾌하다. 씹을수록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이다.

밥을 김에 얹어서도 한 입 먹는다. 조미김이라 인위적인 고소함이 거슬리지만 이 또한 게살비빔밥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간장게장만 아니라 게살비빔밥도 가히 밥도둑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겠다.

가을이 다가온다. 가을이 익어갈수록 꽃게도 살이 꽉꽉 들어차고 맛 또한 더더욱 익어 갈게다. 추색(秋色)의 시절, 가을 꽃 보듯 꽃게를 마주하며 넉넉한 가을을 즐기는 것도 이 가을날, 참 좋은 일이겠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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