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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강렬하다, 죽은 나무를 깨운 파란색 숨결

조은필 ‘공간에서 시간으로’ 展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2020.02.02 19:07
- 파랑이 가진 예술적 생명력 표현
- 동구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창’서

“태초에 무가 있었고, 그리고 아주 깊은 무가, 그리고 결국 파란색의 무가 있다.” 이른바 ‘블루 홀릭’인 프랑스 작가 이브 클라인이 남긴 말이다. 클라인은 그의 이름을 딴 파란색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를 개발해 회화와 조각을 제작했고 퍼포먼스도 했다. 그의 파란색 사랑은 유별나 색에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창에서 조은필 작가가 파란색으로 나무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김종진 기자
파랑은 강렬함으로 시각 예술가들을 매혹하지만 예술가들이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색이다. 색이 작품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이런 색을 다루려면 자신의 예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16년째 파란색을 다뤄온 설치미술작가 조은필의 작품 ‘2020 공간에서 시간으로’가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전시공간인 ‘갤러리창’에 전시됐다. 작가는 7㎡ 규모의 전시 공간을 파란 천으로 가득 채웠고, 보랏빛이 감도는 파란색을 칠한 나뭇가지가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작가는 왜 이토록 파란색에 천착해왔을까? “파란색이 뿜어내는 힘은 주변 공간마저 질식시킬 만큼 정말 강하다. 왜 이 색에 천착해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파란색을 가장 좋아했는데 특유의 강렬함에 매혹된 것 같다.”

그는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계단, 중앙동 40계단, 경기도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 계단을 시작으로 헌옷·새 모형·나뭇잎·벽돌 등 다양한 소재에 파란색으로 채우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면서 그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과 사물에는 시각예술적인 숨결이 불어 넣어졌고 새 생명을 얻은 듯했다.

작가는 최근 나뭇가지에 파란색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불혹을 넘긴 작가의 눈에 생과 멸을 보여주는 소재가 눈에 들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했지만 특별한 나무가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의 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나무들은 변화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다한 나무들이다. 물론 나이테를 살펴보면 얼마나 살았는지 알 수 있겠지만 추정일 뿐이다.”

죽은 나무들이 지내온 시간, 죽음 그리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그냥 떠나보내기보다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들기 시작했다. 작업을 통해 ‘시간이 정지된 공간’ ‘시 공간의 초월’을 시각화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들의 시간을 추청하고 이들이 얼마나 살아왔고 어떤 종의 나무들이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의 지난 삶을 되돌리지는 못해도 작업을 통해 그것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이 나무들이 푸른 공간에서 푸른색으로 칠해져 제한된 공간이지만 더는 서 있지 않고 바깥으로 뻗어 나가 나무들의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고 싶었다.”

작가는 부산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영국 슬레이드 미술대학(The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051)630-5200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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