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 만덕고 학생들이 미화작업을 벌일 학교 옹벽 옆에서 자신들이 만든 벽돌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흉물스러운 옹벽이 '공공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부산 북구 만덕고가 학생들이 만든 도자기 벽돌을 길이 150m, 높이 4m40㎝~11m70㎝의 학교 옹벽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만덕고는 지난 5~6월 1학년 370명 전원을 대상으로 미술시간을 활용해 점토로 작품을 만들었고, 지난 9월 부산디자인고 도예디자인과에 의뢰해 초·재벌 과정을 거쳤다. 이들 작품 370점이 20일 오후 교정에 도착했다.

학생들이 만든 벽돌은 가로 20㎝ 세로 20㎝ 두께 5㎝로 '못해도 부산대' '좌절금지' '롯데 가을에도 야구하자' 등의 글귀와 그림이 새겨져 학생들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승연(1학년) 양은 "졸업 후에도 모교에 나의 흔적이 남게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수현 교장은 "처음 기획할 때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막상 작품을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애교심을 더욱 느끼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만덕고는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가파른 산을 절토해 옹벽을 세웠고 이 때문에 위압감과 불쾌감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교도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덕고는 지난해 11월께 건축 전문가 등의 자문을 통해 학생·주민들의 작품을 옹벽에 설치하는 것이 어떤지, 타당성은 있는지 논의를 거쳐 이번 프로젝트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종원 교사는 "미술시간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이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매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며 "앞으로는 교직원과 주민들의 참여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덕고는 내년 4월까지 1차분 370개 작품의 설치를 완료한 뒤 2차 작업을 위해 정부지원 사업에 응모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