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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고향 위해…" 유치 최전선에 와인마스터

지니 조 리 민간유치위원회 고문
작년 대한상의 회장 등 만남 계기 위촉
"파리서 각국 BIE 대표 상대 교섭 활동
인적 네트워크 활용 韓문화 부각 주력
"와인 얘기 친밀도 높이는 윤활유 역할"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 2023.04.04 20:38
“어머니의 고향 부산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와인을 매개로 한 제 활동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시아 최초의 와인마스터 지니 조 리 SK주식회사 부사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아시아계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MW·Master of Wine)’ 자격을 딴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지니 조 리(Jeannie Cho Lee·본명 조지연)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 고문(SK 주식회사 부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각국의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들을 상대로 유치 교섭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은퇴한 부모님은 2003년 부산으로 귀향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부산에 살고 있어 지난해 여름에도 두달 가량을 부산에서 보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진행된 BIE실사단과 경제인 오찬에는 국내에서 잘 유통되지 않는 루마니아 스위스 그리스 와인이 테이블에 올랐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파리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행사를 진행한 조 고문이 이 와인들을 유럽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이날 오찬이 끝난 직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파리의 생생한 외교현장을 들여다 봤다.

그가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 고문으로 위촉된 것은 지난해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유대종 당시 주프랑스 대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조 고문은 “당시 두 분이 현지에서 유치교섭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고, SK측에서 파리 현지에서 유치 지원 및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치위 고문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조 고문은 파리 외교현장에서는 경쟁국가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평화 자유 번영 인권 등 민주주의와 한국만의 창조적인 문화 가치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BIE 대표 대사들과 조금 더 가까이 지내려면 딱 한번 미팅으로 만나는 것보다 잦은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파리에서는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기획·전시·감독·주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전문 영역”이라며 “그간 현지에서 쌓아 올린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행사라도 지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소프라노 테너 발레리나 등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예술인이 상당히 많다”며 “이들과 함께 각국의 BIE대표들을 특정 장소로 초청해 K-문화나 K-뷰티를 알리기 위해 소규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고문은 무슬림 국가와의 접촉면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령 라마단 기간인 요즘에는 무슬림 국가 BIE 대표들을 대상으로 ‘선셋 디너 이프타르(라마단 기간 중 저녁 식사)’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무슬림 국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슬림 종교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외교 행사에서 와인이 언급되는 것에는 경계했다. 조 고문은 “자칫 와인 중심으로 논의가 빠져들 수 있어 외교 행사에서 최대한 와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상대국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지원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와인에 대해선 BIE대표 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로 봤다. 그는 “BIE 대표 등 외교관들을 만나 보면 와인에 대해 언급하시는 분이 참 많다”며 “와인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통분모가 만들어지면서, 빠르게 친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와인시장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조 고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3년 사이 전세계의 와인시장이 축소한 가운데 한국만 가파르게 성장했다”며 “한국사람들이 이제 집에서 가족들이랑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세를 몰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주세를 줄여 한국이 와인 허브로 발돋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전세계적으로 주세를 줄이는 추세다. 전세계 와인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면 엄청난 경제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인에 대한 시각도 이제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 고문은 “일단 와인은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다 보니 가격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와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만큼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면 단순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와인을 매일 마신다. 와인과 소주가 같은 값이라고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이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환경 등의 여건이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포도를 키우기 위해서는 여름이 가장 중요한데, 습하고 강수량이 높아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와인을 생산 중인 일본의 경우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식문화 수요 덕분에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포도 수확이 가능한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부산과는 로제 샴페인(Rose Champagne)이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조 고문은 “부산음식은 맵고, 짜고, 젓갈이 들어가는 음식이 많다”며 “프랑스에는 섬세한 와인이 많아서, 오히려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을 원한다면 일반 샴페인 보다 풀 바디감에 베리의 과실향이 강한 로제 샴페인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음식인 생선회에는 피노 그리 (Pinot Gris)와 리즐링(Riesling)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추천했다. 그는 “우리 음식에는 단맛이 들어가면 음식맛이 변한다”며 “특히 프랑스 알자스(Alsace)지역의 리즐링은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길고 묵직한 바디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장, 초장, 막장 등 어느 소스와 곁들어 먹어도 잘 어울릴 거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돼지국밥의 경우도 과실향이 풍부한 뉴질랜드산 피노누아( Pinot Noir )를 기존 레드와인보다 좀더 차갑게 마시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에서 진행된 경제인 오찬을 위해 방한한 그는 5일 파리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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