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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467> 동구 근대산업유산길

자유시장서 부산진성까지…골목길 굽이돌며 느끼는 ‘부산의 근대’
글·사진=이창우 산행대장 lcw1124@kookje.co.kr | 2026.06.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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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근대산업유산길의 최종 목적지인 부산진성에 닿기 전 증산공원 상공에 드론을 띄워 본 모습이다. 멀리 북항 너머 부산항대교와 해양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조도, 영도 태종산 봉래산이 펼쳐진다.
- 총 5개 코스 중 알짜배기 골라
- 동구 원도심 명소 꼼꼼이 연결

- 섬유·신발·목재·연탄 주요 기업
- 옛 영화 뒤로 하고 표지만 남아

- 부산포 개항문화관·증산공원
- 시가지·부산항·산줄기 등 조망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1960~1990년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산 동구의 ‘근대산업유산길’을 소개한다.

근대산업유산길은 안내도에 5개 코스로 나와 있다. 이중에서 근대산업유산길(2.6㎞), 부산포개항가도(1.1㎞), 부산진역사문화관문 명소화길(1.4㎞)이 대표적이다. 각 코스의 길이가 짧고 서로 경로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혼란스러운 면은 있다. 근대산업유산길이 자유시장~부산진성(자성대) 북문~부산진시장~매축지마을~좌천동굴~정공단을 잇는다면, 부산진역사문화관문 명소화길은 동부산우체국~부산진성 북문~성남초교~과선교~정공단~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증산공원을 걷는 코스다.

부산포개항가도는 부산진성 북문~부산진시장 뒷길~좌천역~정공단~일신여학교~증산공원을 연결하며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근대산업유산길의 출발 지점인 자유시장 입구.
■동구 ‘원도심 둘레길’ 걷기

근교산 취재팀은 이들 세 코스를 연결해 자유시장에서 출발해 증산공원에 올랐다가 다시 부산진성(옛 자성대) 북문을 거쳐 승가정(勝嘉亭)에서 마무리했다. 근대산업유산길 지도와 기사를 참조하면 길 찾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경로는 다음과 같다. 자유도매시장(자유시장) 출발~범일교차로(kt플라자)~재봉틀 골목~부산진성 북문 입구~한복거리~부산진시장~성남초교~‘리틀테라스’ 앞 갈림길~영가대 터~자성로 지하도~안용복 생가터~과선교(육교) 입구~매축지마을~과선교(육교)~좌천굴다리~좌천역 2번 출구(부산포왜관 표석)~좌천삼거리~좌천동굴~정공단~부산진 일신여학교~금성고 삼거리~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경사형 엘리베이터~증산공원~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정공단~좌천역~좌천동가구거리(육일공예)~범일고가로~자성로 지하도 입구~부산진시장 뒷길~진시장 앞 교차로~부산진성 북문 입구를 거쳐 승가정에 도착한다. 둘레길 거리는 전체 약 6.5㎞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워낙 찾아볼 곳이 많아 예상 소요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자유도매시장 앞에서 ‘조방로’를 따라 범일교차로 방향 인도를 걷는다. 자유·평화시장 버스정류장 뒤 자유시장 주차타워에 ‘조선방직(朝鮮紡織)’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를 보면 범일2동 일대가 조선방직 터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어렸던 시절, 지금의 커넥트현대 부산(옛 현대백화점 부산점) 앞을 ‘조방 앞’이라 불렀다. ‘조방(朝紡)’은 조선방직을 줄인 말이다.
부산진성의 가장 높은 곳에 선 승가정.
조선방직은 1917년 일제강점기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면방직 기업으로 1968년 부산시가 부지를 매입한 뒤 이듬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현대백화점 부산점(현재 커넥트현대 부산), 자유지장·평화시장,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버스터미널, 부산시민회관, kt플라자(옛 범일전화국)와 예식장 등이 들어섰다. 한때 부산 최고 중심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조선방직의 추억은 커넥트현대 부산 앞 교차로에서 범일교차로에 이르는 도로명인 ‘조방로’에 남아 있다.

1949년 설립해 ‘프로스펙스’ 등 히트 상품을 만든 거대했던 신발 기업 국제상사의 전신인 국제고무공업사가 범일동에 있었고, 합판 왕국이던 동명목재의 전신인 동명제재소가 1925년에, 대한민국 연탄업계의 효시인 왕표연탄이 1951년에 각각 설립된 곳은 좌천동이다. 이를 알리는 사각기둥 홍보판을 지나 ‘웨딩홀 축복’ 앞을 거쳐 범일교차로에서 오른쪽 건널목을 건너면 옛 범일전화국 자리에 들어선 kt플라자 건물 앞을 지난다.

부산이 섬유 봉제 산업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재봉틀거리’와 부산진성 북문 앞을 지나면 혼수 품목에서 빠질 수 없던 주단을 팔던 부산진시장과 마주한다.
일제가 방공호로 팠던 인공동굴인 좌천 동굴.
■‘동굴집’으로 유명했던 좌천동굴

근대산업유산길은 ‘진시장 앞 교차로’에서 부산진시장으로 건너가 왼쪽으로 꺾어 남문도매시장 앞을 거쳐 성남초교에서 오른쪽으로 돈다. 근대산업유산길을 알리는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성남초교 정문을 지나 도로 아래 담벼락에는 ‘부산포개항가도’를 알리는 장식이 있다. 리틀테라스 사거리에서 정면 ‘도심 갈맷길’ 팻말을 보고 ‘영가대 본터(102m)·매축지마을’ 방향 왼쪽 두 번째 골목으로 꺾는다.
패션 비즈 스퀘어 앞에서 오른쪽으로 U자로 돌면 영가대(永嘉臺) 본터에 미니어처로 만든 영가대 건물이 있다. 영가대는 조선 시대 통신사 일행이 일본에 갈 때 해신제를 지낸 장소다.
문현선 철길이 폐선된 뒤 주민 이동 통로가 된 자성로 지하도.
되돌아나가 자성로 지하도를 통과한다. 두 개의 터널이 나오는데, 1941~1972년 운영한 ‘문현선’ 옛 철길이다. 보행로인 굴다리 안에는 매축지마을의 옛 사진을 볼 수 있다. 이내 과선교(부산포개항가도)로 직진한다. ‘바다를 메까 땅을 맹글다’는 제목의 매축지마을 이야기를 자료와 사진으로 만난다. 여기서 왼쪽 첫 번째 골목에 안용복 장군 생가터(성남이로 57번길 10호)가 있다. 장군은 조선 숙종 때 두 번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에도 막부에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공식적으로 확약받아 왔다.

경부선 철길을 건너가는 육교인 과선교의 입구에서 왼쪽 제자로교회 옆에 남아 있는 매축지마을에 갔다 온다. 이 지역은 1920년 이전에는 바다였다. 이를 매립해 말을 수용하던 마굿간으로 사용했다. 광복과 함께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과 6·25전쟁 피란민이 대거 매축지마을에 몰려들어 마굿간에다 방과 부엌을 넣고 ‘하꼬방’으로 개조해 살았다. 영화 ‘친구’와 ‘아저씨’ ‘마더’ 등이 촬영된 명소이기도 하다. 다시 나와 과선교를 건너면 ‘역사 스토리 골목’인 ‘좌천굴다리’를 통과한다.
일제강점기 매립지의 마굿간에 조성된 매축지마을.
좌천동 가구거리 왼쪽에 도시철도 좌천역 2, 4번 출구가 있고 ‘부산포왜관’을 알리는 표석을 지난다. 좌천삼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 성산교회로 간다. 교회 옆 절벽에 한때 ‘동굴집’으로 유명했던 좌천동굴이 있다. 길이 약 50m인 U자 형태 인공동굴로 일제강점기 방공호로 팠다. 도로를 따라가면 독립유공자 정오연 생가터 맞은편에 정공단(鄭公壇)이 있다. 임진왜란 때 전사한 부산첨사 정발 장군과 여러 선열을 모신 제단이다. 이 지점에서 근대산업유산길은 끝난다.

부산포개항가도 이정표를 따라 부산진교회를 거쳐 붉은 벽돌로 지은 부산진 일신여학교에 닿는다. 동구 출신 독립투사 박재혁 최천택 장건상 선생 조형물과 기미독립선언문 원문을 새긴 상징물을 보고 금성고 앞 산복도로 삼거리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꺾어 약 200m 떨어진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조망이 열린다. 치솟은 아파트 사이로 근대산업유산길을 되짚어 보았다.

안용복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 앞에서 ‘하늘길’로 불리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증산공원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는 세 번 갈아 탄다. 좌천시민아파트를 오른쪽으로 돌아 증산공원 꼭대기에 조성한 운동장에 올라가면 3층 높이 정자(증산전망대)에서 조망이 열린다. 왼쪽 황령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부산진성과 북항 너머로 조도와 영도 봉래산이, 북쪽으로 수정산 백양산을 거쳐 상계봉 등 금정산 능선이 펼쳐진다.

하산하기 위해 농구장 앞 세족장에서 내려가면 남파랑길 안내 리본이 달려 있다. 증산둘레길 안내판을 보고 다목적잔디구장 옆을 돌아간다. 바닥의 갈맷길 표시를 보고 금성슈퍼를 지나면 벽면에 ‘동구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안용복기념관 앞 도로에서 금성고와 일신여학교를 거쳐 정공단으로 되돌아간다. 정오연 생가터 왼쪽 골목으로 내려가면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과 만난다.

왼쪽 일신기독병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좌천동가구거리 ‘육일공예’ 왼쪽 길로 들어선다. 골목 안쪽 계단을 타고 고가도로에 올라 경부선 철길 위를 지나면 왼쪽 자성로 지하도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지하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리틀테라스 갈림길에서 직진해 남문·부산진시장 뒷길을 통해 앞서 지나온 진시장 앞 교차로를 건넌다. 부산진성 북문에서 계단을 오르면 종점인 승가정으로 향한다.


◆교통편

-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 하차, 8·10번 출구서 자유시장 이동

대중교통인 부산도시철도가 편리하다. 1호선 범일역에서 내려 8, 10번 출구로 나가 자유시장으로 가면 된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부산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신발 섬유 합판 회사 등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든든한 보양식은 돼지국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취재팀도 근대산업유산길 걷기에 앞서 당시 근로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유도매시장 뒤 ‘밀양가산돼지국밥’에서 수육백반(사진)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문의=문화체육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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