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림중 김인숙(맨 왼쪽) 교사가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윤모(15)군이 담배를 피우다 걸렸다. 호기심에 피운 담배지만, 선생님은 그냥 넘어갈 태세가 아니다. 1.8ℓ짜리 페트병에 보리차가 준비됐다. 당분간 윤군은 매일 이걸 마셔야 한다. 벌칙이다.

"보리차가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그래요. 타르 등 유해물질 배출도 돕는다잖아요. 이렇게 하는 것은 드러난 잘못을 공개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데 목적이 있죠."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개림중학교 김인숙(여·48·가정 담당) 교사는 자신의 독특한 학생지도법을 설명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물론 벌칙으로 물을 먹이지만 학생들도 이유를 아는지, 물을 버리거나 하는 거짓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김 교사는 이른바 문제 학생을 적발하면 일시적인 훈화나 야단침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이 방법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학교측에 따르면, 김 교사는 토요 휴무일에 하는 '체험학습'에도 남다른 열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성을 강조하며 학생들과 몸으로 부대끼는 공부를 하고 있다."저희 학교는 지난해부터 월 2회 토요휴무를 하고 있는데, 전 무조건 학생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대학교를 방문하고 등산을 하거나 심지어 PC방도 함께 갑니다.

경주 역사체험을 한 적도 있어요. 지난번엔 기장에 있는 수산과학관을 관람하고 송정 바닷가까지 걸어가는 체험도 했어요."

이같은 다채로운 체험학습을 하는 사이, 학생들은 남을 배려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갔다. 거기에 학교폭력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개림중 3학년 하성봉(15)군은 "선생님은 평소엔 무섭지만, 학생지도나 체험학습을 할 때는 진짜 엄마같은 다정한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김 교사는 "학교폭력이니, 교육비리니 뭐니 하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속상하지만, 가르칠 아이들이 곁에 있고 그들 속에 제가 투영되는 것을 보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동아대 가정학과를 나와 올해 24년째 교단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