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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부산 연제구 책과아이들에서 일본의 저명한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86) 씨가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이 행사는 서점 창립자인 고 강정아 대표 3주기에 맞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 “아내 숨결 깃든 곳, 못 떠나”
- ‘매매’ 현수막 떼고 이전 백지화
- 부산 현재 자리서 새출발 선언
- 1층 사랑방·2층 서점 새단장
- 전시·강좌 등 프로그램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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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거제동 책과아이들 전경. |
책과아이들은 1997년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40㎡(12평)짜리 작은 어린이책 서점으로 출발해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어려운 운영 환경 속에도 2001년 부산교육대학교 앞으로 공간을 넓혀 이전했고, 2009년에는 과감하게 지금 자리에 현재 건물을 지어 어린이책을 중심으로 아이·가족·예술·문화·인문이 어우러진 공동체 공간으로 가꾸었다.
독서문화 진흥 영역에서 대통령표창(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2025년), 부산시장표창장(2021년)을 모두 받는 등 상도 꽤 탔다. 김영수 대표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초대 회장을 지낸 데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지역서점·동네책방 운동에서도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책과아이들은 2026년 벽두를 전후해 존재를 건 큰 고민에 들어갔다. 올해 3월에는 서점 건물에 ‘매매’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었다. 지난 25일 만난 김영수 대표는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책과아이들 건물을 팔아, 서점을 짓고 운영하면서 진 은행 빚 등을 갚고, 부산 바깥이나 부산 교외 자연의 품속에 새로운 책과아이들을 마련해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책과아이들이 건물을 내놓았더라’는 소식은 급속히 퍼졌다.창립 30주년이라는 뜻깊은 성취를 1년 앞두고 이런 선택을 한 데는 그간의 고충과 상처가 작용했다. 책과아이들을 시작하고 궤도에 올려 한국에서 첫손 꼽히는 어린이 서점으로 가꾼 이는 김영수 씨의 아내 강정아 전 대표다. 강 전 대표는 2023년 11월 1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58세였다. 김 씨는 이미 오랜 기간 공동대표로서 아내와 함께 책과아이들을 꾸려 서점 업무와 인문 활동 내공을 쌓았지만, 창업자이자 기둥인 아내가 사라지자 “불안감이 엄습했고, 고민이 깊어 몸무게가 20㎏ 가까이 빠지고 아팠다”고 떠올렸다.
2021년 불거진 최대의 경영 위기도 끈질기게 서점 운영을 힘들게 했다. “서점의 마당·주차장 부지에 철도공단 소유 국유지가 일부 포함돼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정원 부지가 상업적 점용으로 해석됐다. 5년 치 소급분 수천만 원을 냈고, 지금도 매년 사용료 1800만 원도 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사이 모든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은 줄어만 갔다.
그런데 책과아이들은 건물 벽면에 붙였던 ‘매매’ 펼침막을 지난 8월 뗐다. 건물을 팔겠다는 뜻을 거둬들였다. 김 대표는 “조건에 근접하는 매수 의향자가 간혹 방문했다”면서도 “고 강정아 대표의 숨결과 손길이 깃든 곳이라는 자각이 크게 왔다”고 했다. “고인은 생전에 ‘저기를 봐!’라는 말을 내게 하곤 했다”고 그는 떠올렸다. 당장의 어려움에 휘둘리지 말고,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으로 김 대표는 새겼다.
아울러 이달 초 가족회의를 열고, 서점 1층을 임대해 카페로 바꾸고자 했던 계획도 백지화했다. “현재 서점이 자리한 1층을 비워 ‘잠잠이 사랑방’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점은 2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오는 12월~내년 1월 이전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책과아이들의 자랑인 5층 갤러리평심과 다른 층의 공간을 활용해 더 활발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향도 잡았다.
김 대표는 “자금이 (쌓이지 않더라도) ‘회전’만 되면 우리는 꾸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만난 날 책과아이들에서는 고 강정아 대표 3주기를 맞아 마련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고단샤상, 쇼가쿠칸상, 브라티슬라바 황금사과상 등을 받은 저명한 그림책 작가이자 평화운동가 다시마 세이조(86) 씨가 고 강정아 대표를 추모하기 위해 찾아와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페인팅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5층 평심갤러리로 가자 다시마 세이조 선생을 비롯한 일본 그림책 작가의 책과 원화, 굿즈를 오는 11월 17일까지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와 연계한 강좌도 있다. 책과아이들의 새출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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