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달 1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비프 프로그래머들이 인터뷰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
![]() |
| 영화 ‘지금 얘기해도 돼요’의 한 장면. |
▶추천작: ‘지금 얘기해도 돼요’(와이드앵글-경쟁)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 가운데 세계 영화계에 가장 잘 알려진 이성준 감독의 신작이다. 올해 상영작 가운데 가장 먼저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보호관찰소에 있는 16세 소녀 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연자들이 미성년자인 만큼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작품 내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물의 감정과 표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묘한 힘을 지녔다. 보이스오버나 내레이션 없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누구나 지나왔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10대의 방황과 크고 작은 일탈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추천 프로그램: ‘온 더 로드’ GV(와이드앵글-경쟁)
이란 출신 세이폴라 사마디안 감독이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록한 로드 무비다. 키아로스타미의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던 시절 찍은 영상으로, 로케이션을 찾아 곳곳을 누비는 여정부터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소소한 일상까지 두 사람의 꾸밈없는 모습이 펼쳐진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이라면 그의 작품 속 장소와 인물을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선물 같은 영화다. 사마디안 감독은 올해 BIFF에서 GV와 시네클래스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스크린에 미처 담기지 않은 키아로스타미와의 추억과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 |
| 영화 ‘룩백’의 한 장면. |
▶추천작: ‘룩백’(갈라 프레젠테이션)
‘믿고 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워낙 탄탄한 팬층을 지닌 원작 만화의 실사화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그런 논쟁이 무색할 만큼 높은 완성도와 깊은 감동을 갖춘 작품이다. 당초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으로 초청됐지만, 4000명이 넘는 관객이 야외광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야외극장 상영으로 마련했다. 특히 원작의 결정적인 장면들이 실사로 구현되면서 감정의 울림이 한층 커졌다. 아마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이면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천 프로그램: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특별 기획)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어느 한 편 빠뜨리기 아쉬운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그중에서도 ‘슬픔의 벨라돈나’(1973)는 꼭 권하고 싶다. 전위적이고 난해한 연출로 유명한 작품으로, 당시 제작사를 도산에 이르게 했다는 일화 때문에 한때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재평가받았다. 올해 영화제에서 수급에 가장 공을 들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국내 극장 스크린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 |
| 영화 ‘멈춰서다’의 한 장면. |
▶추천작: ‘멈춰서다’(비전-아시아)
제18회 BIFF에서 뉴 커런츠상을 받은 몽골 출신 사히야 비암바 감독의 신작이다. 그가 무려 10여 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는다. 작품은 팬데믹 시기 한 유조차가 시골 마을에 격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팬데믹 초기 집단을 통제하려는 질서가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는지를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뿐 아니라 몽골의 광활한 풍경을 시적으로 담아낸 영상미도 매력적이다. 스크린을 마주하는 순간 시야가 탁 트이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추천 프로그램: ‘모든 시간 모든 곳의 양자경’(특별 기획)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양자경이 직접 고른 작품 3편과 신작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을 선보이는 특별전이다.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 상영 뒤에는 관객과의 만남도 마련돼, 오스카 수상 이후 15년 만에 부산을 찾은 양자경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상영작 가운데서는 단편 ‘산디와라’를 특히 권하고 싶다. ‘아노라’의 션 베이커 감독과 양자경이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요리사·패션디자이너·가수 등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다섯 명의 양자경’을 만날 수 있다. 러닝타임은 11분에 불과하지만, 션 베이커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속에서 양자경의 다채로운 매력이 가장 압축적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 |
| 영화 ‘마키키란 포’의 한 장면. |
▶추천작: ‘마키키란 포’(아이콘)
필리핀 거장 라브 디아즈 감독의 신작이다. ‘마키키란 포’는 타갈로그어로 “조상님, 저희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세요”라는 뜻으로, 정글이 많은 필리핀에서 초행길이나 위험한 길을 지날 때 전해지는 풍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작품은 17세기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필리핀을 배경으로, 스페인 정복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필리핀인들이 원주민을 핍박하고 수탈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음악도, 화려한 기교도 없이 역사의 비극을 덤덤하고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라브 디아즈의 트레이드마크인 흑백 화면과 롱테이크는 물론이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자신의 ‘관람 한계’에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물론 관람 전 커피 두 잔 정도는 미리 준비하시길.
▶추천 프로그램: ‘마키키란 포’ GV(아이콘)
작품뿐 아니라 라브 디아즈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무려 9년 만의 내한이다. 10월 8일 목요일 오후 4시30분에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리고, 이튿날인 9일 금요일 오전 11시에는 ‘마스터 클래스’도 마련된다. 영화 상영을 놓쳤더라도 거장의 영화 세계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놓치지 않길 권한다.
![]() |
| 영화 ‘내일은 이름이 있다’의 한 장면. |
▶추천작: ‘내일은 이름이 있다’(갈라 프레젠테이션)
프랑스의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무명 배우’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설정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는 흔히 영화계의 화려한 모습만 접하지만, 이 작품은 그 커튼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상드린 키베를랑과 다이앤 크루거 등 유명 배우들이 극 중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모습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추천 프로그램: ‘멜랑콜리아’(특별 상영)
샤를로트 갱스부르에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 한 편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직접 선택한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대표작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특별 상영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건 영화가 끝난 뒤다. ‘한국의 샤를로트 갱스부르’로 불리는 배우 정은채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함께하는 스페셜 토크가 마련된다. 두 배우가 ‘멜랑콜리아’를 놓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해볼 만하다.
![]() |
|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한 장면. |
▶추천작: ‘달콤, 살벌한 연인’(취생몽사)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속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인 임호신(배우 박용우)을 기억하는가. 능청스러우면서도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재력가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그런데 ‘달콤, 살벌한 연인’ 속 대우(박용우)를 보고 있으면, 박찬욱 감독이 임호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며 대우를 참고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같은 배우가 연기한 두 인물을 겹쳐 보며 비교하는 것도 색다른 관람의 재미가 될 것이다. 손재곤 감독을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그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연출 세계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추천 프로그램: ‘원스’(리퀘스트 시네마)
지난 7월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 음악가 글렌 핸사드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영화 상영에 앞서 가수 정밀아가 무대에 올라 ‘원스’ OST와 자신의 대표곡을 들려준다. 정밀아는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에 오른 뮤지션이다. 라이브 음악으로 영화의 여운을 미리 만나고, 이어 스크린으로 ‘원스’를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즐겨보자.
![]() |
| 영화 ‘긴긴밤’의 한 장면. |
▶추천작: 긴긴밤(경쟁)
원작 동화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이 앞섰지만,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작품이다. 원작이 지닌 정서와 서사의 힘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물론 인물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최근 영화계에서 애니메이션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긴긴밤’은 완성도와 작품적 가치 모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다.
▶추천 프로그램:한국 영화의 비전을 잇다(아주담담)
‘비전-한국’ 부문에 초청된 12편의 감독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동시대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이끌어가는 창작자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비전-한국’에는 향후 극장 개봉으로 이어질 만한 기대작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새로운 작품과 창작자를 발견하는 재미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design/m_littletern202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