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1일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된 상황에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재협상을 벌였으나 또 불발됐다. 그러나 이번 주말 협상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돼 “진전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의회 지도부와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대해 협상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9일에 이은 두 번째 회동이다. 1시간 동안 회동이 진행됐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 짧은 시간에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도 “(대화가) 좋았고 생산적이었다. 우리 모두 디폴트는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했다”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고 누구도 원하는 것을 다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예산에 대한 책임 있는 초당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이날 재협상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한 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순방 중에도 의회 지도부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은 의회가 정한 부채 한도 내에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올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현재 31조4000억 달러(약 4경1800조 원)인 부채 한도를 더 늘리는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나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행정부 때도 78차례나 한도를 상향했다며, 부채 한도 상향은 조건 없이 진행하고 재정개혁 문제는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회와 행정부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은 정부 지출 중 어떤 프로그램을 삭감하느냐를 두고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