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골동품 거리에서 열린 무료 감정행사에서 한 감정사가 공알만한 천 호랑이를 돋보기로 관찰하고 있다. 청도조보 제공

- 돋보기로 확대해야 육안 확인 가능

콩알만한 천 호랑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중국 칭다오(靑島·청도)시에 십오대가(十五大街)라는 골동품 거리가 있다. 최근 이 거리에서 골동품 및 고서적 감정 전문가들을 초빙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감정을 해주는 행사가 열렸다. 많은 시민이 집집마다 대대로 간직해온 골동품을 들고 나와 감정을 의뢰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감정 결과 가짜 골동품, 진짜 골동품이 뒤섞여 있었지만, 정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감정사들의 눈이 한군데로 쏠렸다. 모두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 행사에서 감정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천 호랑이와 유사한 인기 장신구.

"이거 한번 봐 주세요." 중년의 한 여성이 자신의 가방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에서 눈에 보일까 말까 한 작은 물건을 꺼냈다. 구경꾼들이 "대체 뭐지"하며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감정사가 물건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돋보기를 갖다 댔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것 어떻게 만들어졌어요"하며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쳤다. 순간 감정장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감정사가 본 물건은 다름 아닌 천으로 만든 콩알만 한 호랑이였다. 전문가들이 놀란 것은 그냥 손바닥 위에 놓고 보면 노란 콩처럼 보이는데, 돋보기로 확대해 보면 호랑이 형체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흠잡을 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완벽해서다. 특히 호랑이가 "어흥"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까지 돋보기를 통해 확인돼 감정사들이 초미니, 초정밀도에 혀를 내두른 것. 천 호랑이는 중국 민간에서 유행하는 장신구 또는 장난감이다. 호랑이는 귀신을 쫓아내고 복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여긴다. 매년 단오절, 춘절, 정월대보름 등 큰 명절이나 아기가 태어난지 3일째 되는 날, 그리고 백일, 돌, 두돌 등 특별한 날에 사람들은 각종 천 호랑이를 만들거나 선물로 주는 풍습이 있다.

감정을 의뢰한 여성에 따르면 이 천 호랑이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만들었다고 한다. 대략 70년 정도 된 작품이다. 그녀는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남긴 작품이 여럿 있는데 이 천 호랑이는 그중 하나"라며 "수백 년 된 골동품에 비해 세월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외할머니가 실과 천을 이용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단지 가치를 알고 싶어 감정을 의뢰한 것"이라고 한다. 대신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세계 기네스 기록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란다.

통신원=비웬슈(Bi Wenxiu·畢文秀, 상하이복단대학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