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플이 2013년 1월 4일 직인이 찍힌 혼인증을 발급받은 후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칭다오조보 제공

- 올 1월 4일 3678쌍 결혼증 받아
- '20=얼링''1314=이산이스' 결합
- 일생일세란 뜻… 혼인신고 행렬

2013년 1월 4일은 칭다오에서 두고두고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역대 최다 혼인신고 건수를 기록했기 때문. 칭다오시 발표에 의하면 이날 하루에만 무려 3678쌍이 결혼증을 받았다. 칭다오시의 하루 평균 결혼 신고자 수는 수십 명이며, 밸런타인데이와 같이 특별한 날에도 500쌍 정도이다. 중국에서는 혼인신고를 하면 빨간색 결혼증을 준다.

왜 사람들은 그날을 선호했을까. '2013. 1.4'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먼저 '20'은 중국어 발음으로 얼링(er ling)이라고 하는데, 이 발음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인 아이 니(ai ni)와 비슷하게 들린다. 또 '1314'의 중국어 발음은 이산이스(yisanyisi)인데, 이것 또한 한평생이라는 뜻의 이성이스(yishengyishi)와 흡사하게 들린다. 이성이스를 한자로 풀면 일생일세(一生一世)가 된다. 따라서 이를 결합하면 '2013 14'는 '당신을 한평생 사랑하겠습니다'로 풀이된다.

이런 의미 때문에 1월 4일 당일 칭다오시 혼인등기처 밖에서는 많은 쌍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등기처 직원들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오전 7시께 문을 열었는데 그때 벌써 80여 명의 선남선녀가 대기 중이었다. 결혼신고를 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 커플,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혼인신고를 미뤄오다 6살 된 딸을 데리고 신고를 하러 온 남성도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몰려 건물 밖으로까지 길게 줄을 서자 등기처 측은 회의실을 개방해 추위를 피하게 했다. 칭다오시 노산구에 사는 한 커플은 "가장 먼저 신고를 하기 위해 새벽같이 달려왔는데 앞서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국제결혼 신고 부서에서도 7쌍이 결혼증을 받았다. 결혼신고를 한 부부들뿐만 아니라 '2013 14' 의미를 담아 사랑 고백을 하려는 선남선녀들 때문에 이날 꽃시장과 꽃가게도 반짝 호황을 누렸다. 꽃가게마다 종일 인파로 붐볐는데, 어떤 이는 장미 99송이(18만 원가량)를 사가기도 했다. 중국어로 99는 오랠구(久)를 붙여 쓴 久久(오래오래)와 발음이 같아서 하늘과 땅이 존재한 시간만큼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잘되는 꽃가게는 4일 하루에만 거의 한 달 매출액인 2만~3만 위안(400만~500만 원)어치의 꽃을 팔았다.

통신원=비웬슈(Bi Wenxiu·畢文秀, 상하이복단대학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