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자 4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국세청 민주원 조사국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본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인 조사 대상은 ▷편법증여 이용 고가 아파트 취득자 16명 ▷탈루소득 이용 고가 아파트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이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지난 6·27 가계부채 대책으로 초강력 대출 규제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이 외국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을 통해 주택을 사들일 수 있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라며 “총 12개 국적이다. 미국·중국인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조사 대상자의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000억~3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채 가운데 70%가 서울 강남 3구에 집중됐다. 현재 시세로 100억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상적인 대출 등이 아니라 부모·배우자에게서 편법 증여받은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한 이들이 다수 포착됐다.이들은 외국인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혼용해 과세 감시망을 피했고, 해외계좌는 금융당국이나 과세 관청이 국내 계좌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부동산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예금잔고증명 등 의무 제출 서류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취득자금이 본인 소유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국내 사업체에서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도 대거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탈루 소득을 외국인 신분을 활용해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계좌에 은닉했고, 일부는 해외 은닉자금을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취득 자금의 출처가 국외인 것으로 의심되거나, 자금세탁 등 국외 불법자금의 유입 혐의가 있는 경우 해당 외국 국세청에 정보 교환을 요청하는 등 자금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의 위장이나 차명계좌 이용과 같이 악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통보해 마땅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