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서 맞붙는 여야 후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육성을 경제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인프라·인력 등 지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I 인프라 구동의 핵심인 ‘전력 공급’ 대책 등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4일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1호 공약으로 제시하며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모든 국민이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른바 ‘한국형 챗GPT’의 대중화를 약속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AI 전 주기에 걸친 집중 투자와 생태계 조성을 통해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합동펀드 100조 원을 조성해 AI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을 지원하고, AI 대학원 및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등 정원을 늘려 총 20만 명의 AI 청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는 AI 개발 경쟁 속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두 후보 모두 국내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강조한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김문수 후보의 ‘양적 AI 투자’ 공약을 비판하며 규제 개선과 AI 인재 유치를 통해 실질적인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AI 규제를 합리화하는 ‘규제 기준 국가 제도’ ▷‘국가 과학영웅 우대 제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AI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 대책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2040년 완공 목표로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 전국에 해상망을 구축함으로써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 해상풍력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글로벌 초고속 AI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촘촘한 에너지 도로망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원전 비중 확대를 통해 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전력 공급 대책이 여전히 개념적 수준에 머물러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